공공기관들의 자체감사가 엉망이라는 감사원의 발표다. 많은 국민들은 예상했던 일로 으레 그러려니 할 수도 있겠지만, 내용을 들여다 보면 상황은 아주 심각하다. 음주뺑소니에 공금횡령, 성매매 등 범죄행위가 고개를 들수 없을 정도다. 고발과 함께 사직서를 받는 중징계를 해야 마땅한 행위를 적발하고도 자체 징계 또는 없었던 일로 하는 등의 솜방망이 처벌로 사건을 마무리졌다고 한다.

대상 기관과 징계 이유를 보면 더욱 화가 난다. 법관련 기관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경우 기능직 9급 공무원이 회계서류를 조작해 기관운영비를 부풀려 인출하는 수법으로 10개월 동안 무려 64회에 걸쳐 2억원이나 횡령했다. 감사규정에 따라 수사기관에 고발해야 하나 횡령금액을 사후에 갚았다는 이유로 자체처리했다. 한국전력 직원은 고객의 전기요금 5천300여만원을 가로챘다. 처벌수위는 파면이 맞지만 권고사직 형태로 면직시켰다. 서울메트로·주택공사·토지공사·산업은행·한국교직원공제회·교통안전공단·신용보증기금 등은 성매매 또는 음주뺑소니, 폭력 등의 범죄행위에 연루돼 수사기관에서 통보되거나 업무소홀로 공금 손실을 초래한 직원들에 대해 인사상 불이익을 주지 않거나 가벼운 징계에 그쳤다.

도덕적 해이가 이 보다 더 할 수는 없다. 그 동안 공공기관들의 행태를 생각해 보면 자체 감사 기능이 제대로 돌아가기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인지도 모른다. 이 정도면 공공기관 자체에 감사기능을 둘 이유가 없다. 기강을 바로 잡기 위해 제도적으로 마련한 감사로 인해 오히려 기강이 해이해지고 영이 서지 않는다면 자체감사라는 제도는 더 이상 존치해서는 안된다는 말로 보면 된다.

우리는 지난해 공공기관의 감사들이 '혁신포럼'을 한다는 구실로 떼를 지어 세계적 명승지인 남미 이과수폭포로 놀러갔다가 망신당한 사례를 알고 있다. 그 이후 이들은 반성조차 하지 않은 듯하다. 본연의 일에는 더욱 소홀히 한 것을 보면 전문성도 없어 보인다. 일은 하지 않으면서도 엄청난 보수를 챙기고 기회를 만들어 해외 여행이나 다니는 게 일이라면 국민적 공분과 사회적 갈등만 키워 분열양상을 보일 수도 있다는 데서 정부는 대대적인 수술 등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