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 해강도요 대표 유광열씨는 지난 96년 4년제 대학이 없는 이 지역에 예술대학을 설립해 달라며 고려대학교에 신둔면 지성리 일대의 땅 10만평(33만㎡)을 기증했다.

그러나 4년이 지난 지금, 그럴듯한 캠퍼스가 조성돼 있어야 할 이 땅은 변변한 삽질 한번 시도되지 못한채 처지곤란의 애물단지로 방치돼 있다.

이천시 일대가 수도권정비계획법상 각종 규제를 받은 자연보전권역으로 묶여 4년제 대학의 신·증설이 불가능하기 때문.

10년전이나 지금이나 노상 그타령인 고향의 모습에 염증이 난 주민들은 2년제 대학이라도 유치되기를 바라고 있지만 정작 땅을 기증받은 대학측은 이를 전혀고려치 않고 있어 대학설립은 물건너간 얘기가 되고 있다.

자연보전권역이라는 굴레를 뒤집어쓴 이천시를 '차별받는 땅'으로 전락케 하고 있는 것은 비단 이것에 그치지 않는다.

지난 96년 11월에는 장호원읍 진암지구 10만5천67㎡에 대해 야심찬 구획정리사업에 들어갔지난 6만㎡까지만 택지 조성이 허용된 수정법에 의해 1단계사업만 완료한채 98년부터는 일손을 놓고 있다.

상·하수도와 전기, 통신관로 시설공사도 6만㎡부지에 대해서만 시행된뒤 중단돼 조잡한 부실시공을 뻔히 보면서도 손을 쓰지 못하는 상태다.

이처럼 이천지역이 단지 '수도권'이라는 이유만으로 손발이 묶여있는 사이 장호원읍과 다리(장호원교)하나를 두고 경계해 있는 충북 음성지역은 수년새 여기저기 대학과 공단이 들어서며 발전을 거듭, 극명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장호원교를 건너 불과 3~4km만 지나면 4년제 극동대학교가 '나보란듯이 나타나고 30여만평 규모의 D전자 비메모리 반도체 공장이 내년 상업생산을 목표로 한창 시설공사를 벌이고 있다.

지역발전의 계기를 맞을때마다 '좌절'을 되풀이하며 제자리걸음을 계속하기는 여주군의 경우도 마찬가지.

지난 97년 학교부지와 군유지를 맞바꿔가며 4년제 승격을 시도했던 2년제 여주대학이 자연보전권역이라는 이유로 꿈을 접고 있고 있는 것이나 군 전역에 공장 신·증설이 제한되는 것도 이천시와 흡사하다.

인접한 강원도 문막지역에 지난 98년 대규모 산업농공단지(27만5천평)가 들어서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것 역시 빼다박은 닮은꼴이다.

정부가 당초 수도권을 과밀억제, 성장관리, 자연보전권역으로 분류해 규제를 가하게 된것은 인구및 산업의 적정배치를 유도, 질서있는 정비와 균형적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이들 수도권 권역, 특히 자연보전권역의 경우 이같은 목적과는 상관없는 규제조항이 중첩돼 있는데다 단순히 행정구역만을 기준으로 권역을 설정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팔당댐까지 80km나 떨어진 가평군 북면과 여주군 강천면, 이천군 장호원읍등이 자연보전권역에 포함된 반면, 유하거리가 50km에 불과한 강원도 춘성과 홍천등은 아무런 제약도 받지 않고 있다.

경기 동남부 지역에 45개의 고등학교가 위치해 있으면서도 4년제 대학은 전무하고, 가내수공업 수준의 영세 공장만 뜨문뜨문 들어서 고향 젊은이들을 찾아볼 수 없는 곳, 획일적 권역설정이 낳은 수도권의 현주소다. /裵相祿·金信泰기자·bsr@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