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지방 캠퍼스 법학과 출신인 S(33·모 위원회 조사관)씨는 '출신 대학' 얘기가 나올 때마다 곤혹스럽기만 하다. 로스쿨 유치전으로 지금은 출신 학과가 서울 '본교'로 옮겨갔지만, '분교'출신이라는 자격지심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70년대 후반~80년대 초반 서울 외지역에 잇따라 건립된 '1세대 지방 캠퍼스'의 현주소는 어디쯤일까. 일부는 특성화·이원화 전략 등으로 '인서울' 못지 않은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대다수 캠퍼스는 S씨처럼 '정체성 혼란'까지 겪을 정도로 안착에 실패하고 있다.

■ '조려대', '원세대', '동경대'…

77년 연세대 원주를 필두로 지금까지 지방캠퍼스 증설을 마친 대학들은 모두 15곳(표 참조).


이전 당시 '지방 교육수요'를 노렸던 탓에 대부분 기존 서울캠퍼스와 동일·유사한 모집 단위, 교육 과정을 갖고 있지만 '분교' 꼬리표를 떼지 못하면서 정체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이달 중순께 마감된 C대의 2009학년도 수시2학기 신입생 모집에서 서울캠퍼스 학업우수자 전형은 23.94대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지만 도내 캠퍼스 동일 전형은 고작 9.32대1에 그쳤다.

또다른 D대 캠퍼스의 경우 최근 의학전문대학원 도입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생명공학계열에서 조차 4년째 신입생 수능평균 4등급 이상을 뚫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전국 최초로 캠퍼스간 전과제도가 허용된 연세대의 원주캠퍼스 졸업생 임모(31)씨는 "'원세대(원주 연세대의 준말)생이냐'던 친구들의 조소가 잊혀지지 않는다"며 씁쓸해 했다.

■ 명성보단 경쟁력이 우선

기존 캠퍼스와 특화된 '영역별 복수캠퍼스'를 설치하거나, 아예 서울의 영향력을 끊어낸 대학들은 기대밖의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성균관대 자연과학캠퍼스와 단국대 죽전캠퍼스가 대표적 예다.

1979년 수원에서 첫 강의를 시작한 성대 자연과학캠퍼스는 이·공계열만 집약, 특성화한 케이스. 지난해 SCI(과학기술논문색인) 논문수에서 1천768편을 기록, 국내 대학 중 4번째에 이름을 올렸다. 사설학원 모의지원에서도 서울 유명대학과 같은 등급을 받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지난해 9월 '인서울' 대학 중 최초로 용인으로 캠퍼스를 옮긴 단국대도 이전 후 첫 입시였던 2008년 정시모집에서 나군 7.11대1, 다군 5.27대1의 경쟁률로 '성공작' 평가를 받았고, 전통의 공연 영화학부는 15.4대1로 꾸준한 인기를 이어갔다.

이재훈 단국대 입학관리처장은 "명성보다는 학생·교수진 경쟁력 강화가 절실한 시대로, 지난해 공인회계사 15명 합격 등 계속적인 성과가 이를 증명한다"며 성공을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