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U대 조선공학과를 졸업하고 H중공업에 근무하는 A(32)씨는 대학 졸업반이던 4년전 이 회사에서 학부 산학협력 현장수업을 받은 점을 높게 평가받아 쟁쟁한 서울 유명대 출신들과의 경쟁을 뚫고 입사에 성공했다. 입사 후 사내 상무 이상 임원의 7%가 모교 선배라는 사실을 알게된 A씨는 "회사 선배이기도 한 아버지가 왜 타 지역 대학으로의 진학을 만류했는지 알 것 같다"며 "지역 연고 대학 출신으로서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신입생 감소와 취업난, 서울과의 경쟁 등 3중고에 직면한 지방대학들의 최고 강점은 바로 '지역사회와의 연계'다. U대의 경우 38년의 길지 않은 역사에도 지역 주력산업과 연계한 밀착형 교육으로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같은 지역내 H자동차도 임원의 6.09%가 이 학교 출신이다. 지방캠퍼스의 성공 기준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지역 없인 성공 없다
'지역 밀착' 전략은 수십여년째 서울에 우수 학생을 빼앗겨왔던 다른 지방대에게도 '위기 전환' 카드가 되고 있다. '지역 인재유출 방지'를 위해 '공동으로 지역민 성원에 호소하는' 연합전선을 펴기 시작한 것.
대구·경북 49개 대학들은 지난달부터 공동 해외 교류 프로그램 및 인턴십 지원센터, 학술재단 설립 등을 위한 컨소시엄 구성 방안을 논의중이다. 앞서 지난 6월부터 충남지역 10개 대학들도 오는 2012년 완공 예정인 충남도청 이전 신도시에 국내 최초로 연합캠퍼스 조성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
이 방안들이 현실화될 경우 학생들은 ▲지역기업 취업창구 단일화 ▲수업단위 광역화 ▲전자·철강(대구·경북), 의료복지·생명자원과학(충남)의 지역산업연계 강화 등 지역만의 특화교육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된다.
경일대 박성호 기획처장은 "지역에 기반을 둔 대학만이 할 수 있는 전략으로, 지역과 대학이 함께 갈 수밖에 없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지역사회 밀착형이 대안
토종 지방대의 '지역 구애 공세'는 '서울소재 대학도, 지방대도 아닌' 지방캠퍼스들에는더 큰 위기가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성균관대나 단국대처럼 지방캠퍼스도 지역사회에 뿌리를 둔 진정한 지역대학으로 거듭나야 1세대 실패를 극복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서울 본교의 판박이형 학과단위와 교육과정을 보유한 지방캠퍼스들은 25일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한 취업통계조사에서 경희대 국제캠퍼스(B그룹·졸업생 2천~3천명)만 전체 취업률에서 상위에 올랐을 뿐 대부분 하위권을 맴돌았다.
한광야 동국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대학캠퍼스는 사회 네트워크 속에서 타인을 이해하고 함께 사는 방법을 배우는 하나의 시스템"이라며 "대학이 지역 정체성과 문화 다양성에 초점을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긴급진단/대학캠퍼스 추가건립·이전 열풍]지역사회 윈윈전략이 살길
연합캠퍼스 등 공동전선 펴 주민에 러브콜… 밀착카드로 1세대 실패극복 위기를 기회로
입력 2008-09-25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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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26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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