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우 (분당서울대병원 안과교수)
몇 년 전부터 한 쪽 머리가 지끈지끈 아픈 편두통때문에 진통제를 상습적으로 복용해 온 이모(50)씨. 가끔씩 찾아오던 두통이 최근부터는 그 빈도가 점점 잦아졌고 밤이 되면 통증이 더 심해져 병원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갑작스럽게 눈이 뻘겋게 되면서 시야가 흐려지고, 눈이 아프면서 구토 증세가 나타나 응급실을 찾았다. 이 씨의 병명은 편두통이 아니라 간헐성 폐쇄각 녹내장에서 발전한 급성 폐쇄각 녹내장. 이 씨는 응급 조치를 받아 실명을 막을 수는 있었지만, 심한 시신경 손상으로 시력이 현저히 떨어졌고 평생 약물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이 씨처럼 가끔씩 머리가 아프거나, 눈이 뻐근하게 느껴지는 증상이 어두울 때 더 심하게 나타나면 간헐성 폐쇄각 녹내장을 의심해 보아야 한다. 간헐성 폐쇄각 녹내장은 눈에 영양분을 공급하고 노폐물을 씻어내는 '방수'라는 액체가 순환 경로 중에 문제가 생겨 눈 밖으로 빠져 나가지 못해 안압(눈의 압력)이 간헐적으로 높게 올라가 두통이나 안통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이러한 증상은 수분 내지 수시간 지속되다가 사라지는데, 이는 순환경로가 다시 복구되면서 안압이 정상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녹내장은 증상이 없이 서서히 신경이 죽어 소리없이 시력을 앗아가는 질환으로 알려져 있지만, 급성 폐쇄각 녹내장은 갑자기 안압이 오르면서 심한 두통과 안통, 심지어 구토를 동반하고 단기간에 시신경 손상을 일으킨다는 점에서 여느 녹내장과 임상양상이 확연히 다르다.

급성 폐쇄각 녹내장은 심한 눈의 통증과 시력감소·충혈·구토·두통이 동반되는 증상이 있는 환자에서 안압 측정을 통해 확진할 수 있다. 일차로 약물로 안압을 떨어뜨린 후에 레이저 치료를 하여 홍채에 방수가 흘러갈 수 있는 새로운 경로를 만들어 주는 방법으로 치료하는데 치료 후에도 50%는 만성화되어 평생 약물 치료가 필요하거나 수술이 필요하다.

녹내장은 전세계 실명 원인의 약 20%를 차지하며 40대 이상 실명의 주원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40세 이상 인구의 2% 내외(50명당 1명)가 녹내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70대의 경우에는 40대에 비해 3~8배 정도 증가한다. 이 중에서 가장 흔한 것은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는 개방각 녹내장이고 급성 폐쇄각 녹내장은 전체 녹내장의 10% 미만으로, 발생하면 단기간에 심한 시신경 손상을 일으킨다는 점, 또한 충분히 예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간헐성 폐쇄각 녹내장 환자는 보통 편두통으로 잘못 알고 내과나 신경과에서 치료를 받는 경우가 흔하며 MRI 검사 등으로 불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는 경우가 많다. 더 안타까운 것은 간단한 레이저 치료로 급성 폐쇄각 녹내장을 충분히 예방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환자들이 사전에 안과 검사를 받았더라면 급성 폐쇄각 녹내장을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