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키코中企 결국… 원·달러 환율이 1천300원을 넘어서면서 환위험 회피용 통화옵션 상품인 키코(KIKO)에 가입한 중소기업들의 부도공포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키코 피해로 흑자도산한 평택 칠괴산업단지내 태산엘시디 회사가 7일 정문을 굳게 걸어 잠근 채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

원·달러 환율이 1천300원대를 돌파하는 등 끝이 보이지 않는 금융 불안 상황이 지속되면서 경기도내 산업계가 환율 충격에 신음하고 있다.

7일 수출입 업계 및 지원기관 등에 따르면 원자재를 수입 가공 생산하는 기업들은 적자 생산까지 감내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으며, 수입업을 영위하는 기업들도 늘어나는 결제 대금에 한숨만 쉬고 있다.

미국에서 가공식품을 수입해 국내에 판매하고 있는 A사(김포 소재)는 가뜩이나 경기불황으로 판매가 부진한 상황에서 환율이 급등하자 영업은 사실상 정지상태에 빠졌다.

7월부터 급등세에 돌입한 환율에 대금결제를 이래저래 연기했지만, 회사를 위해 내세웠던 고육지책이 이제는 더 큰 화살로 되돌아오게 됐다.

가공구조가 더욱 복잡한 수출입업체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나무 등에서 추출되는 원료를 수입·가공해 공업용 접착제 등을 수출하는 화성시의 L업체는 하루에도 수십원씩 상승하는 환율로 비상이 걸렸다.

연간 수입대금이 200만 달러에 달하지만 연초와 비교했을 때 원·달러 환율이 300원 이상 뛰어 결제 금액이 수억원씩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수출대금을 원화가 아닌 달러결제로 유도해 환차손을 만회하고 있지만 세계적인 경기불황으로 수출이 부진해지면 회사는 손해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올초 고유가로 공장가동을 잠시 중지했다 유가가 안정되자 재가동을 준비해왔던 합성수지 제조업체 H화학(군포시 당정동)은 회사 정상화의 꿈을 접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고유가 때문에 수지타산이 안맞아 6개월 가까이 공장가동을 멈췄다 유가가 100달러를 하회해 재가동을 준비해 왔는데 이번에는 환율 벼락을 맞고 있다"며 "앞길도 보이지 않고 막막한 심정을 하소연 할 곳도 없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한편 전국적으로 이미 20여개 기업이 도산 위기에 놓인 키코 가입 중소기업들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환 손실에 망연자실한 상태다.

8월말 현재 키코에 가입해 소송을 준비중인 중소기업 134개사의 손실액은 환율이 1천원일 때 3천228억원이었으나 환율 1천300원 기준으로 계산하면 1조4천385억원이나 된다.

수출입 지원기관 관계자는 "경기불황과 겹쳐 찾아온 환율급등은 재정상태가 상대적으로 불안정한 중소기업들에게 큰 시련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