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이모(56)씨는 올 초 몇 년을 별러온 콤바인 교체라는 부푼 꿈을 안고 있었다. 이씨의 콤바인은 1999년 구입한 것으로 잦은 고장 때문에 더 이상 교체시기를 늦출 수 없었다.

이씨는 이를 위해 부족한 자금의 일부를 농협에서 융자받을 계획까지 세워놓고 있었지만, 3천만~4천만원에 달하는 가격 때문에 구매를 포기했다. 최근 비료와 유류비 등 영농자재 가격이 30% 이상 급등하면서 경영부담이 크게 늘었기 때문. 결국 800여만원을 주고 중고 농기계를 구입할 수밖에 없었다. 이씨는 "농기계의 내구연한이 다됐지만 경영비 부담이 늘어나면서 신제품 구매를 포기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올 들어 비료와 유류비 상승 등으로 경영비 부담이 늘면서 신규 농기계 구입을 늦추고 중고 농기계를 구매하거나 임대하는 농가가 늘고 있다.

이천 대월농협의 경우 이달부터 농기계 임대사업을 시행, 조합원 120여 농가 가운데 10여 농가에서 이미 중고 농기계 임대를 희망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또 지난달 이후 중고 농기계에 대한 농가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농협 관계자는 "10~11월이 농기계를 한창 가동해야 하는 농번기임에도 중고 농기계를 사용하겠다는 신청자가 잇따르고 있다"며 "추수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는 11월 이후에는 신청자가 급속히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넷을 통한 중고 농기계 매매도 잇따르고 있다. 중고 농기계 거래 사이트인 A사의 경우 콤바인과 트랙터 등의 매물이 하루 평균 40여대 올라오고 있다. 이는 지난해에 비해 20% 이상 늘어난 수치다. 이 가운데 거래 성사만도 예년에 비해 2배 이상 많은 30~35건에 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