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를 해소한다고 발표는 했지만 정작 일선 시·군은 전혀 움직이지 않고 있다.

연접합산 규제를 개선하기 위해 개정된 국토의계획및이용에관한법률(이하 국토계획법) 시행령의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경인일보 9월 22일자 4면 보도)가 점점 현실이 되고 있다. 연접합산 규제가 사라질 기반시설부담구역 등을 지정·고시해야 하는 시·군이 관련 용역을 발주하기 위한 표준품셈이 없다며 손을 놓고 있는 사이 연접합산 규제 완화만을 목놓아 기다린 민원인들의 속은 새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개정 국토계획법 시행령이 시행된 것은 지난달 29일. 개정 시행령에서는 녹지지역이나 비도시지역에서 개발행위 허가시 인근의 개발면적들의 합을 따져 전체 개발면적을 제한하는 연접합산 규제를 없애는 내용도 신설됐다. 단, 연접합산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 곳은 기반시설부담구역 등으로 먼저 지정·고시돼야 한다.

하지만 기반시설부담구역 지정·고시는 구역 획정과 기반시설 입지계획 등의 민감한 사안이 맞물려 있어 외부용역을 필요로 한다. 문제는 아직까지 기반시설부담구역에 관련된 용역을 발주하는 표준품셈이 없다는 것. 여기에 처음 도입된 제도라 표준품셈없이 먼저 나섰다가는 감사의 표적이 되기 쉽고, 기반시설부담구역 지정까지 가더라도 들끓는 민원에 본전도 못찾을 수 있어 시·군 관련 부서들은 구역 지정을 망설이고 있는 분위기다. 이에따라 언제부터 연접규제가 풀릴지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다.

도내 A시 관계자는 "표준품셈이 나오는데 한 2년 걸린다치고, 우리가 용역을 하는데 또 1년 정도 걸리는 등 앞으로 최소 3∼4년은 더 있어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표준품셈을 개발하는 한국엔지니어링진흥협회도 "같은 성격의 용역이 계속 반복돼 발주자와 용역수행자가 동의하는 수준에서 품셈의 표준화가 이뤄지면 표준품셈이 되는데 이 과정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반면 '토지이용규제완화로 기업투자 및 주택건설 활성화 기대'란 제목을 붙여 연접규제 완화를 발표한 국토해양부는 "기존 국토계획법의 지구단위계획 관련 표준품셈을 전용해 활용하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대조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같은 실질적인 규제 완화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 지속되자 도내 시·군에는 벌써부터 연접합산 규제가 없어진다는 정부 발표를 접하고 기대에 부푼 공장주나 토지주 등의 민원이 쏟아지는 등 집단민원 발생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화성시에 공장을 세우려는 김모(41)씨는 "공장 설립은 한시가 급한데 도대체 언제까지 기다려야 할지 속이 타서 죽을 지경"이라며 "발표는 그럴듯하게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우리 같은 중소기업들만 더욱 힘들게 만들고 있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