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에서 30대 무직자가 `세상이 자신을 무시한다'는 이유로 거주하던 고시원에 불을 지르고 빠져나오는 투숙자들에게 흉기를 마구 휘둘러 6명이 숨졌다.

   서울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20일 오전 8시 15분께 강남구 논현동 D고시원에서 정모(31)씨가 자신의 침대에 불을 지른뒤 놀라 대피하던 사람들에게 미리 준비한 흉기를 휘둘러댔다.

   이로인해 고시원에 사는 여성 6명이 숨지고 7명이 중경상을 입었으며 부상자 가운데 4명이 심하게 다쳐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사망자 가운데 5명은 흉기에 찔려 숨졌고 1명은 연기와 열을 피해 창문으로 뛰어내렸다가 충격으로 숨진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에 따르면 정씨는 이날 오전 8시 15분께 고시원 3층 자신의 방 침대에 미리 준비해온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지른 뒤 8시 20분께 연기를 피하려고 복도로 뛰어나온 고시원 투숙자들을 흉기로 무차별적으로 공격했다.

   정씨는 8시 30분께 고시원 4층으로 올라가 투숙자 4∼5명을 추가로 공격했고 범행 후 같은 층 창고에 숨어있다가 출동한 경찰관에게 체포됐다.

   정씨는 경찰에서 "세상이 나를 무시한다. 살기가 싫다"라고 진술했다.

   사건이 벌어진 고시원은 4층 건물의 3∼4층을 빌려 침대만 있는 월세방 85개(3층 50개.4층 35개)를 운영하는 곳으로, 고시생은 없고 근처 영동시장에서 일하는 중국동포 여성 노동자 등 69명이 저렴한 주거용으로 투숙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범행 동기와 관련, "이전부터 자살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또 자살이 아니라 이번과 같은 범행을 꾸며 다른 사람과 함께 죽으려는 마음을 먹은 적도 있다고 진술했다. 자세한 것은 더 조사해 봐야 알 수 있다"라고 밝혔다.

   경찰은 또 "정씨가 중학교 때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는데 그 이후 한달에 한번 정도 두통을 겪었다고 진술했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정씨가 몸에 소지하고 있던 흉기 3점과 가스총을 압수했으며 사건 당시 검은 모자를 쓰고 검은 상하의를 입었다는 사실을 토대로 범행이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등 뚜렷한 목적 아래 계획적으로 이뤄졌는지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정씨는 2002년 경남 합천에서 홀로 상경해 2003년부터 올해 4월까지 강남ㆍ경기 지역의 식당에서 종업원 등으로 근무했으며 이후 일정한 직업없이 고시원에서 지내왔다.

   그는 최근들어 고시원비와 휴대전화요금, 예비군 훈련에 출석하지 않아 물게 된 벌금 150만원 등으로 금전적인 압박을 받아왔다고 경찰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