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화장장을 신고사항으로 정한 장사등에관한법률(이하 장사법)에 따라 시에 신고했지만 난데없이 화장장을 도시계획시설로 보는 국토의계획및이용에관한법률(이하 국토계획법)에 뒤통수를 맞았다. 도시관리계획으로 결정돼야 설치가 가능한 상황에서 주민들의 반대가 강하다는 이유로 무산, 공원측은 행정소송을 거쳐 대법원까지 오가며 3년이란 시간을 보냈다. 공원 관계자는 "스스로 정한 것을 지킬 수 없는 법이라면 없는 것보다 못하다. 우리 뿐 아니라 앞으로 사설 화장장을 설치하려는 이들도 계속 장사법에 발목을 잡힐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처럼 장사법은 사설 화장장을 인정해도 현실에서는 불가능에 가깝다. 혐오시설로 치부되는 화장장이 주민 반대를 극복하고 도시관리계획으로 결정된다는 것은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 장사법의 한계=지난 5월 시행된 장사법은 '전부(全部)개정'이란 점에 주목해야 한다. 흐름 자체를 바꾼 '전문(全文)개정'이 아니라 정부가 법령 정비 차원에서 다른 62개 법률들과 함께 정비했기 때문에 전부개정이란 용어가 따라붙었다. 2005년 7월 국회와 법제처간 협약으로 탄생한 전부개정은 어려운 말을 쉬운 말로 바꾸고, 문장을 정확하고 자연스럽게 다듬는 작업이다.
장사법 역시 자연장에 대한 내용이 새로 도입되고, 장사 시설의 명칭 등 일부 규정이 추가된 수준에 그쳐 전문개정보다는 '일부개정'에 가깝다. 개정 전이나 후나 독자적으로 집행될 수 있는 지위를 갖지 못하는 것도 변하지 않았다. 국토계획법 등 20개 이상의 법률에 핵심사항인 장사시설 설치 등에 대한 권한을 모두 위임, 주체성을 상실한채 옴짝달싹할 수 없는 신세다.
현재 장사시설 설치 지역에 관한 규정은 국토계획법 및 건축법 시행령이 '별표'로 정한 내용이 그대로 적용된다. 하지만 이런 별표가 시대적인 흐름에 부합하는 내용인지 객관적으로 논의되거나 공개적으로 검토된 적은 거의 없었다.
■ 문화는 증발하고 제도만 남았다=장사법은 시신을 매장하는 깊이와 분묘의 높이 등 세세한 부분까지 일률적으로 정해 장사문화의 다양성이 발현될 여지를 거의 남겨두지 않았다. 장사법에 따르면 봉안묘의 높이는 70㎝, 봉안묘 1기 면적은 2㎡를 초과하면 안된다. 시신은 지면에서 1 이상 깊이에 묻어야 하고, 화장했을 때는 30㎝ 이상 깊이로 매장해야 한다. 자연장의 경우도 30㎝ 이상 깊이에 묻되 용기를 사용하지 않을 때는 흙과 섞어서 묻어야 한다.
하지만 이런 규정들의 실효성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만약 땅을 50㎝ 만 파고 시신을 매장했다고 해서 유족들에게는 무엇보다 중요한 묘를 다시 파헤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또한 장사법은 지역의 특수성을 살릴 수 있도록 지자체에 조례로 위임한 사항이 극소수다. 장사법에서 2개, 장사법 시행령에서 4개밖에 되지 않는다. <표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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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이 장사법은 장사를 제도나 기술로 바라보지만 경기도청 노인복지과에 '장묘문화담당'이 있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 자연장도 무늬만인가=영화나 드라마에서는 주인공이 연인이나 가족 등을 화장한 뒤 뼛가루를 바다나 강에 뿌리는 모습이 자주 등장한다. 하지만 장사법이 정의한 자연장은 '수목이나 화초·잔디 등의 밑이나 주변에 묻는 것'이라 바다나 강·들에 뿌리거나 집 근처 공원 등에 묻는다면 불법이다.
장사법은 자연장지 조성지역도 묘지·화장장·봉안시설과 똑같은 수준으로 강하게 규제하고 있다. 일단 국토계획법이 버티고 있고, 강 근처에서는 수도법과 하천법·환경정책기본법에 막히고, 산이라도 사찰이 있으면 문화재보호법에 걸린다. 도로법·농지법·백두대간보호에관한법률·군사시설보호법 등의 법률도 줄줄이 자연장지 조성을 제한하고 있다.
김희연 경기개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자연장이 활성화되려면 자연장지를 많이 확보해야 하나 여러가지 제한이 많아 어려운 일이다"고 지적했다.
안우환 을지대 장례지도학과 교수도 "자연장의 정의부터 바꿔서 앞으로는 다양한 방법의 자연장을 수용해야 한다"고 밝혔다.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