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세가 지원돼 공공기관에 보급된 하이브리드카의 중고차 매매 파문을 놓고 환경부가 곧바로 해명자료를 내고 대책 마련을 제시하는 등 조기 진화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문제가 불거진 근본적 원인과 대안 마련에 대해선 환경부와 지자체가 서로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환경부는 일선 지자체에서 충분히 담당할 수 있는 업무임에도 불구하고 업무를 소홀히했다는 입장인 반면, 지자체에서는 사업 주체인 환경부 지침을 따를 수밖에 없는데다 문제를 해결할 힘도 없었다며 볼멘 소리를 하고 있다. 그러나 허술한 규정으로 차량 보급 실적에만 급급해 사후관리는 뒷전이었던 환경부와 사업에 대한 자체 감시를 소홀히 한 지자체 모두 책임 소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게 일반적 평가다.
환경부는 경인일보 취재 과정에서 하이브리드카가 중고차 시장에 나도는 것에 대해 '제재할 규정이 없어 조치할 수 없다'고 밝혔다가 하루만에 발표된 해명자료에선 말을 바꿨다.
당초 환경부는 하이브리드카 보급 사업에 정부보조금이 상당부분 투입되긴 하지만 1천만원의 자부담금이 드는 이상 사유재산권을 제한하기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특히 환경부는 매매를 통해 혈세가 흘러나가는데도 "일단 차량 1대가 출고되면 누가 타고 다니든 대기환경 차원에선 결과적으로 똑같다"는 무책임한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그러나 27일 발표된 해명자료에선 차량을 매도한 소유자에 한해 '보조금의 예산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보조금 목적 달성에 위배됨을 이유로 1천400만원에 달하는 보조금을 환수조치하겠다고 천명했다. '미리 조치할 근거가 있었는데도 하이브리드카 편법 매매를 방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가능한 부분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중고차 매매 가능성을)미처 파악하지 못한 실수가 있었지만 보조금 지침에 따라 시·도지사가 재량껏 시정할 권한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지자체는 사업 주체가 중앙정부로, 지자체의 역할은 지침을 따르는 수준으로 제한된다는 입장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중고차 문제가 불거지기 전부터 환경부에 질의를 하는 등 문제 시정을 위해 애썼지만 이렇다할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자체 역시 최초 차량 등록 시점에서 차량 원부를 확인한 후 명의 이전 여부에 대해선 아무런 사후조치를 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강진영 간사는 "에너지 문제 해결을 위해 도입된 하이브리드카가 혈세 낭비의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사실에 어처구니가 없다"며 "담당 업무 관련자들을 철저히 진상 규명해 필요조치를 취하는 한편, 사업내용도 재정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브리드카 매매 파문… '환경부-지자체' 미묘한 책임공방
"시·도지사 시정권한있어… 업무소홀", "사업주체 중앙정부 지침 따를 수밖에"
입력 2008-10-2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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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28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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