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안의 퇴적물과 홍합에 유기주석화합물이나 폴리염화비페닐 등 인체에 유해한 환경호르몬 물질이 다량 함유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사실은 바다가꾸기실천운동시민연합(바실련·상임의장 최진호 부경대교수)이 지난 3~4월 화력발전·원자력발전·제철·조선소 등이 있는 17개 임해 공단지역과 통영 등 3개 가두리양식장 등 전국 20개 지역에서 표층퇴적물(뻘)과 생체시료(홍합)를 채취, 환경호르몬 물질을 분석해 작성한 '우리나라의 바다오염지도' 보고서에서 밝혀졌다. 전국 임해공단에 대한 체계적인 환경호르몬 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선박용 방오 페인트에 함유된 TBT와 폴리우레탄, 실리콘 등 산업용 촉매, 플라스틱 첨가제로 사용되는 MBT, DBT 등 유기주석화합물(BTs)이 모든 지역의 퇴적물과 홍합에서 검출됐다.
 독성이 강한 TBT는 낮은 농도에서도 어·패류를 치사시키고 소라 등 복족류의 기형이나 불임을 유발, 각국이 사용을 엄격히 규제하는 환경호르몬 물질.
 뻘의 유기주석화합물 농도는 g당 평균 5천730ng(1ng은 10억분의 1g)으로 대우중공업은 무려 3만310ng에 달했고 이 가운데 선박이나 어망·어구의 방오용페인트로 사용되는 TBT의 검출량도 중공업지역이 평균 1만5천650ng, 가두리양식장이 842ng으로 다른 곳보다 훨씬 높았다.
 유기주석화합물은 이들 지역에서 채취한 모든 홍합 시료에서도 최고 4천320ng이 검출됐다. 역시 중공업지역(500~4천320ng), 가두리양식장(360~510ng)이 심했고 TBT의 최고검출량도 1천670ng이나 됐다.
 이같은 농도는 근래 조사된 일본 도쿄만(10~69ng)·오사카만(24~389ng), 미국 동해안(2~240ng)·서해안(2~280ng), 말레이시아 해안(14.2~23.5ng) 등 보다 월등히 높아 우리나라 연안 오염의 심각성을 뒷받침했다.
 또 지금까지 변압기, 전기조절기, 콘덴서 등에 광범위하게 사용됐으나 발암물질로 판명된 폴리염화비페닐(PCBs)도 다량 검출됐다.
 퇴적물에서 검출된 PCBs는 g당 1.19~355.10ng으로 평균 42.01ng이었으며 부산 한진중공업(355.10ng)과 거제 대우중공업(116.51ng)이 특히 심했다.
 이들 지역에서 채취한 홍합에서도 현대중공업 33.05ng, 인천제철 14.01ng, 대우중공업 11.25ng 등 g당 평균 6.76ng의 PCBs가 함유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채취한 홍합의 단백질, 활성산소, 아세틸콜린(신경전달물질), SOD(생체방어효소) 등의 함량이나 활성을 분석한 결과, 이들 환경호르몬 물질이 다른 환경호르몬 물질과 함께 복합적으로 생체의 노화현상을 촉진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