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종합부동산세에 대해 세대별 과세 위헌과 1주택자 과세 헌법 불합치 판결을 내림에 따라 부동산 시장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그동안 종부세 세대별 합산 과세와 1주택자 과세는 양도세 중과와 함께 다주택자에 대한 주택 보유 의지를 꺾는 효과는 물론, 실수요자까지 고가 주택 보유 의지를 위축시키는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정부가 종부세 과세 대상을 공시가격 6억원 초과에서 9억원 초과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추진중이고, 이번에 세대별 합산 과세와 1주택자 과세에 위헌 결정이 내려짐에 따라 고가 주택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고 2주택 이상 보유 심리도 커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특히 종부세를 피해가기 위해 부부 공동명의로 부동산을 소유하거나 다주택자의 경우 부부간에 주택을 증여하는 경우가 많아질 전망이다.

   그러나 종부세 부분 위헌 가능성은 시장 기대치에 이미 반영돼 있고 실물경기 침체가 심각한 상황이어서 내년 상반기까지는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 견해다.

   ◇ 고가주택, 중대형 인기 회복되나 = 전문가들은 세대별 합산 과세가 인별 과세로 바뀌고 1주택자의 종부세가 폐지될 경우 고가주택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내년부터는 종부세 과세 대상이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완화될 예정이어서 강남권 등지의 고가주택에 대한 급매물이 줄어들고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주택산업연구원 장성수 선임연구위원은 "지금은 6억원 넘는 주택을 한 세대원이 한 채만 보유해도 종부세가 부과됐지만 앞으로는 1주택자는 과세 대상에서 제외되고, 2채 이상 보유자도 부부가 각각의 명의로 한 채 씩 소유하면 종부세 대상이 되지 않는다"며 "이는 가구당 2주택 이상 보유 의지를 높여줌과 동시에 전세 등 임대 물건이 늘어나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연구위원은 "종부세가 고가주택에 대한 규제였던 만큼 부자들의 주택 구매에 숨통을 틔워주면서 보유 의지를 강하게 해줄 것"이라며 "특히 주택 상향 이동에 대한 제도적 여건을 갖춰준 것과 다름없어 인기지역의 고가 아파트로 갈아타려는 수요도 많을 것 같다"고 말했다.

   수도권 중대형의 인기도 다시 되살아날 전망이다.

   중대형 집값은 종부세가 공시가격 6억원 초과 주택으로 확대 시행된 2006년 이후 하락세로 돌아선 바 있어 이번 종부세 일부 위헌 결정과 함께 공시가격 9억원으로 과세 대상이 축소되면 인기지역에 있는 '똘똘한 집 한 채'를 보유하려는 경향이 짙어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경제연구소 박재룡 연구위원은 "장기적으로 보면 2919년부터 인구 총량이 줄어들긴 하지만 주택 가구는 2030년까지 계속 증가한다"며 "인당 주거면적도 늘어나는 추세여서 전용 85㎡ 초과의 중대형 인기가 다시 살아날 수 있다"고 말했다.

   중대형 미분양 해소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김현아 연구위원은 "현재 미분양의 상당수가 중대형 고가 아파트로 종부세 부담과 대출 규제 때문에 중소형에 비해 인기가 없었다"며 "투기지역 해제로 대출 가능 금액이 늘었고, 이번에 종부세도 완화돼 미분양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증여' 크게 늘어날 듯 = 앞으로 종부세 회피 목적의 증여 수요는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부부간의 증여는 6억원까지 공제되는 만큼 6억원 이하 주택은 부인에게 증여세를 한 푼도 물지 않고 명의를 넘겨 줄 수 있다.

   만약 가장인 A씨가 9억원과 6억원짜리 아파트 2가구를 보유하고 있다면 종전에는 총 15억원에 대한 종부세를 내야 했지만 부인인 B씨에게 6억원짜리 아파트를 증여할 경우(종전 증여금액 없다고 가정) 증여세 없이 취득.등록세만 부담하고 명의를 넘겨주면서 A씨가 보유한 주택에 대해서만 종부세를 내면 된다.

   만약 정부 계획대로 연내 종부세 과세 대상이 9억원 초과로 확대된다면 A씨와 B씨는 둘 다 종부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부부 공동명의도 증가할 전망이다. 김종필 세무사는 "강남의 10억원짜리 아파트 보유자가 부인과 공동명의를 할 경우 각각 5억원씩 배분돼 종부세가 부과되지 않는다"며 "10억원을 초과하는 고가 주택의 경우 종부세를 피하기 위한 부부 공동명의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내년부터는 증여세율 인하로 주택자의 증여세가 종전에 비해 절반 이상 줄어들 전망이어서 증여에 대한 인기가 높아질 전망이다.

   ◇ 당장 효과는 제한적 = 하지만 경기 침체로 당장은 종부세 효과가 제한적일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건설산업연구원 김선덕 소장은 "집을 사고 싶어도 대출 금리가 여전히 높고 금융기관의 소극적인 대출로 자금조달도 원활하지 않기 때문에 주택 수요가 늘어날 수 없는 구조"라며 "경제 위기감이 완화되기 전까지는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피드뱅크 박원갑 소장은 "종부세는 매수자보다는 매도자에 영향을 미쳐 중대형, 고가주택 매물이 줄어드는 효과는 있겠지만 경기 침체와 구조조정 등의 여파로 최소한 내년 상반기까지 매물 회수나 호가 상승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가 주택은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 제도가 폐지돼야 수혜를 볼 전망이다.

   박 소장은 "세대별 합산 과세가 풀려도 양도세 중과제도가 있는 한 집을 여러채 보유하고 있는 것은 양도세 측면에서 불리하다"며 "강남권 외에 비인기지역은 큰 수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