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무면허ㆍ뺑소니 사고를 내놓고, 경찰에서 아내가 운전했다고 허위자백하도록 방치한 남편에게 '범인도피방조죄'가 성립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차한성 대법관)는 도로교통법 위반 및 범인도피방조 등 혐의로 기소된 이모(41)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10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8일 밝혔다.

이씨는 지난해 9월 시흥의 한 교차로에서 무면허 상태로 운전하다 좌회전하던 승용차를 들이받고 달아났다. 이씨의 아내는 같은 해 11월 말 경찰서에 찾아가 자신이 교통사고를 냈다고 거짓 자백했다.

1심 재판부는 무면허·뺑소니 운전 혐의에 대해 징역 8월을 선고하고 범인도피방조 혐의에 대해서는 "아내가 경제적 어려움 등을 고려해 자신이 운전했다고 허위진술하겠다고 먼저 제안한 것으로 보인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무면허ㆍ뺑소니 혐의로 징역 6월, 아내에 대한 범인도피방조죄 등으로 징역 4월 등 모두 징역 10월을 선고했고, 대법원은 "아내가 조사를 받을 때마다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느끼게 함으로써 범인도피 범행을 방조했다고 인정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