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내에만 수백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결식 아동 급식지원 사업의 파행은 일부 지역아동센터의 문제가 아닌 제도 자체의 구조적인 모순 때문이란 지적이다. 보건복지가족부가 마련한 업무 지침에는 지원 사업의 대상조차 구체적으로 규정돼 있지 않는 등 기준 자체가 모호한데다 일선 지자체의 업무처리 또한 지침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다보니 사업 전체가 표류하고 있다는 얘기다.

■ 애매모호한 기준

과거 결식아동은 밥 굶을 우려가 있는 아동으로 한정돼 오다 최근들어 '급식 지원이 필요한 아동'으로 의미가 확대됐다. 그렇다보니 급식 지원이 필요한 경우를 어느 선까지 인정해야 하는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보건복지부의 지침은 급식지원 아동을 '빈곤, 가족해체 등으로 제대로 보살핌을 받지 못해 급식 지원이 필요한 아동'으로 개념을 정의하고 있다. 지원 대상자로는 '기초생활수급자 가정이나 차상위 저소득계층 가정의 아동, 교사, 통·반장 등이 추천하는 자 중 가정 사정으로 급식 지원이 필요한 아동' 등 가정 형편이 어려운 아동은 물론, '지역아동센터를 이용하는 아동, 급식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아동'까지 포함하고 있다.

일단 급식지원 아동의 개념에서부터 나오는 '빈곤', '저소득층'의 의미가 제대로 규정되지 않아 담당 공무원의 자의적인 판단의 영역이 너무 광범위한데다 센터 이용 여부에 대해서는 거의 센터장의 재량에 의존하고 있다.

기초생활수급 대상자 선정의 경우 주택에 대한 등기부등본, 임대차계약서, 월급명세서, 자동차등록증, 금융재산 등 '저소득'을 규정하는 갖가지 공인된 서류들을 검토한다는 것과는 너무도 대조적인 모습이다.

시·군에서 급식 지원 대상자가 되기 위해선 통·반장이나 부녀회장 등이 동사무소에 추천하면 상담과 조사를 거쳐 시·군 급식위원회에서 최종 선정하는 것과는 달리, 센터를 이용하기 위한 규정은 정형화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지침에는 센터만 이용하면 급식지원 대상에 포함시키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최근엔 지역아동센터에서 추천되는 아이들이 급식 지원 대상자로 선정되는 것이 대부분이며 저소득층이라는 의미가 모호해 센터장의 재량으로 급식지원 아동을 선정할 수 있는 구조다.

▲ 수원시에서 보조금 지원을 받으면서 학원을 함께 운영하고 있는 한 지역아동센터 게시판에 '학원에 친구 등록할 경우 상점 2천점'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전두현기자 dhjeon@kyeongin.com

■ 업무처리의 미흡

일단 급식지원 아동으로 추천되면 동사무소 담당 직원의 조사가 시작된다. 그러나 일선 동사무소 몇 군데를 확인한 결과, 전화 및 방문 상담 내용은 근거자료로 보관 또는 관리되지 않고 있었다. 게다가 '조사'라고 해봐야 급식지원 희망 아동의 부모가 작성한 '조사표'가 전부다.

조사표에는 보호자의 성명, 직업, 월수입 정도, 기초생활보장 수급권자 여부, 급식지원 사유(빈곤, 질병, 저소득 맞벌이, 편부모, 기타) 등을 기입하게 돼 있지만 저소득층을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월수입'란은 대부분 공란으로 보고돼 있었다. 게다가 소득 정도를 파악하기 위해 제출하는 근거서류도 없었다. 동사무소에서는 기껏 해당 아동의 동거인을 파악하는 정도다.

이같은 허술한 조사표 한 장만으로 대상 아동은 구청과 시청을 거쳐 급식위원회에서 급식 지원 아동으로 최종 선정되는 것이다. 그나마 연 2회 가량의 실태조사가 있지만 전수를 조사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인력 탓에 현실적으로 실사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 지역아동센터란?

과거 저소득층 가정 아동들의 사교육 대책을 위해 시행된 '방과후 공부방'이 2005년부터 지자체 인가를 거쳐 제도권 안으로 들어왔다. 인가를 받은 센터는 지자체에서 월 보조금으로 150만원에서 250만원 정도를 받고 있으며, 급식 지원금으로는 아동 1명당 하루 3천500원씩이 책정된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업무 지침의 기준이 애매모호하다는 지적에 따라 소득 기준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방법을 검토중"이라며 "아동센터에 대해서도 일부 퇴색된 형태로 운영되는 곳이 나타나고 있어 조심스럽게 접근해 시정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