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고양 지역의 숙원이던 한강 철책선 철거사업이 시작도 못한 채 해를 넘길 위기를 맞고 있다. 행정당국의 안일한 대처로 확보한 예산마저 사장될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경기도의회 정기회 기간인 오는 19일까지 국방부 예산이 집행되거나 내시가 이뤄져야 내년도 예산 확보가 가능하지만, 경기도와 고양·김포시는 이에 필요한 행정 절차인 정부 예산요청을 하지 않고 있다.

한강하구의 개발로 기능이 상실한 한강 철책선은 주민과 지방정부의 요청으로 철거사업이 시작됐다. '분단의 흉물'인 철책선을 걷어낸 뒤 자연생태공원과 체육공원을 만들어 한강변을 시민의 품으로 되돌려 주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철책선 철거가 결정된 지난 2006년 11월 이후 철거비용 조달을 놓고 국방부와 시·도간 갈등은 계속되고 있다. 국방부측은 철거를 요청한 지방정부가 초소이전비를 포함, 철거비용 전액을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도·시는 부족한 재원과 국가안보라는 특수상황을 고려해 분담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이런 와중에 중앙 정부가 매칭 펀드형태로 조성한 400여억원의 전체 철거예산 가운데 경계시설 보강비 31억원을 편성한 뒤 지방정부의 반영을 요구해 왔다. 31억원은 철책선 철거의 종자돈과 다름없다.

그러나 예산을 편성한 국방부는 현재까지 집행권한이 있는 재정경제부에 지출요청을 하지 않고 있다. 자치단체의 예산요청이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이로인해 시·도의 예산편성과 집행 등 후속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경기도와 해당 시에서의 안일한 행정이 빚어낸 결과라 하겠다. 국방부가 철책선 철거에 비협조적이었던 만큼 능동적인 업무처리를 기대하기가 어려웠다면 앞장서 챙겨보고, 따져봐야 했다.

결국 국방부의 미온적인 태도와 도·시가 행정절차를 꼼꼼하게 챙기지 않아 발생한 일이다. 국방부는 물론 도나 시가 '철거 합의' 노력의 절반만이라도 철거비 확보에 힘썼으면 해결될 수도 있었다. 국방부는 늦었지만 예산집행이 될 수 있도록 실무 조치에 나서는 한편 도나 시도 내년 매칭 펀드 예산을 꼭 끼워 넣어야 한다. 차제에 담당 공무원도 행정절차 이행에 문제가 있었다면 책임을 물어야 한다. 철책선으로서의 기능을 다했다면 주인인 주민에게 돌려 주는 것은 정부의 당연한 의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