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의 상징인 서울 종로구 계동 본사사옥이 막바지에 이른 현대건설 자구계획안의 발목을 잡고 있다. 현대건설의 '뜻'과는 달리 정작 현대중공업이 사옥매입 불가입장을 천명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사옥 매각대금 1천650억원을 포함해 총 1조원의 자구 밑그림을 완성한다는 현대건설의 계획에 '펑크'가 난 셈이다. 형제간 극적화해를 계기로 '매각성사'를 당연시하던 현대건설로서는 몹시 당황해하는 눈치다.
중공업측의 논리도 일리가 있다. 엄연히 본사가 울산이고 현재 계동사옥 입주분(본관 11층, 별관 6층)은 말그대로 서울사무소에 불과하다. 인력도 국내영업에 필요한 인력 400여명만이 상주, 추가로 건물을 매입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는 것이 중공업측의 설명이다. 설령 건물을 매입하더라도 본관 6개층(1, 4, 5, 6, 12, 15층)과 별관 6개층의 사무실 건물과 체육관, 주차장, 부대시설을 관리할 인력으로 400여명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지난해 11월 구조조정을 명분으로 강남구 역삼동 현대산업개발 빌딩을 1천500억원이라는 헐값에 매각한 전례가 있어 1년도 채안돼 새로이 건물을 매입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보다 중공업측이 두려워하는 것은 시민단체와 소액주주의 눈이다. 과거와 같이 '형제간 의리'에 호소해 건물을 매입했다가는 즉각 송사(訟事)를 당하기 십상인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참여연대는 17일 오전 '현대건설에 대한 부당지원을 자제할것을 촉구한다'는 제목의 서한을 보내 계동사옥 매입시 법적대응을 불사하겠다고 경고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MK(정몽구 현대차 회장)가 조충휘 사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부탁까지 했고 MJ(현대중공업 고문)도 협조하라는 뜻을 내비쳤지만 현실적으로 이사회와 주주들을 납득할 도리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중공업이 발을 빼면서 계동사옥 매각안은 수포로 돌아갈 위기에 처했다. 부동산경기가 침체된데다 현실적으로 '현대'자(字)가 붙지않은 기업이 입주할리는 만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과 두달전만 하더라도 MK가 요로를 통해 MH(현대아산 이사회회장)에게 사옥을 사겠다는 뜻을 전했으나 MH가 “팔 생각이 없다”고 정중히(?) 거절했다는 소리도 들린다. 현대주변에서는 이를 두고 MK와 MH가 계동사옥 주도권을 둘러싸고 정면으로 맞붙은 전례가 많아 감정의 앙금에 따른 것으로 해석하면서도 MH가 현대건설 사태의 심각성을 미처 파악하지 못해 '실기'한 것이라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현대차는 현대사태의 와중인 지난 4일 황급히 짐을 싸고 양재동 새둥지로 이사하기 시작했다.
정작 문제는 계동사옥 매입안을 갈음할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중공업은 계동사옥 매입안 대신 상선이 보유한 중공업 지분(12.43%)중 500억원에 달하는 3%를 매입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건설과 함께 MH그룹의 지주회사격인 상선이 주식매각대금으로 건설의 기업어음이나 회사채를 사는 형태로 도움을 주면 되는 것 아니냐는 논리다. 그러나 상선의 반응은 여전히 냉랭하다. 최근 '상선의 지분매각을 통한 건설지원' 방안을 건설측이 일방적으로 발표한 이후 나타난 '항명성' 태도가 좀체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표정이다. 상선측은 “건설 지원문제는 주주이익에 반하는 것으로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다”며 “지분은 팔더라도 상선의 부채축소에만 활용할 계획”이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어 실현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주변에서는 이에따라 계동사옥을 친족기업이나 계열사가 분할매입하는 형태로 해결을 보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연합〉
계동사옥 현대건설 자구안에 걸림돌
입력 2000-11-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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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11-18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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