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영세상공인들에게 융자해 주고있는 '소상공인자금'은 담보없이 각지역 신용보증재단의 보증만으로 수천만원의 사업자금을 얻을 수 있어 자본조달능력이나 담보력, 신용력없는 서민 업자들에게는 구세주 같은 존재다.
 중소기업청은 지난해 3월 총 3천억원을 투입, 종업원 10인 이하의 제조업·광업·건설업·운송업자와 종업원 5인이하의 전기·가스·수도사업, 도·소매업, 숙박및 음식점업, 개인서비스업등 거의 모든 업종을 망라해 영세업자들에게 창업및 경영자금을 융자해왔다.
 중기청은 올해 당초 2천억원의 자금을 책정해 융자에 나섰으나 IMF이후 불기 시작한 소규모 창업 붐에 편승, 신청자가 줄을 이으면서 수개월만에 자금이 바닥난뒤 지난 6월말 900억원을 추가 책정했다.
 그러나 이역시 불과 5개월여만인 이달 15일을 전후해 모두 소진, 은행자금으로 전환돼 현재 소상공인자금을 지원받으려는 사람들은 은행별로 8~10%내외의 높은 이자를 감수해야 하는 상태다.
 소상공인자금은 융자 시행 초기 연리 7.5%에 '6개월거치 30개월 균등상환' 조건을 내걸었으나 '열심히 일해도 원리금 상환일이 너무 짧다'는 여론이 비등하자 올해 자금부터는 '1년거치 3년균등 상환'으로 상환기간을 연장했다.
 하지만 1년간 이자만 갚은뒤 2년째부터 월별로 원금과 이자를 함께 갚아나가야 하는 이 상환조건은 때마침 불어닥친 경기 불황과 맞물려 여유자금없이 '성실함'만 믿고 업체를 운영하는 소상공인들에게는 감당 불능의 벽으로 다가왔다.
 불황도 불황이려니와 업종을 막론하고 1년만에 손익분기점을 넘어서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제도 시행후 채 2년도 되기전 소상공인자금은 신용거래불량자만 양산하는 애물단지로 전락했고 실제로 지난달말 현재 도내에서만 86명이 융자금을 갚지 못한 채 '나자빠져' 신용불량거래자 명단에 등재됐다.
 대출보증을 섰던 경기신용보증재단측이 대위변제한 이들 86명의 '빚'은 모두 18억3천여만원으로 1인당 평균 2천여만원에 불과해 결과적으로 월 50만~60만원을 갚지 못해 경제적 사형선고를 받은 셈이다.
 현재 전국에서 이 자금은 얻어쓴 소상공인은 모두 1만7천700여명(3천540억원)이지만 이중 30%이상인 5천749명(1천86억원)이 경기도에 몰려있다.
 경기신보의 보증을 통해 자금을 융자했다 보증사고를 낸 사람은 지난달 말까지 모두 311명으로 이중 원금 및 이자 연체로 인한 사고가 221명에 달해 전체의 70%를 차지한다.
 현실을 감안하지 않은 짧은 상환조건이 보증사고와 신용불량거래자의 양산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7.5%의 이율 역시 경기도 농업발전기금이 연리 3%인 점을 감안하면 정책자금으로서의 금리효과가 거의 없다고 할만큼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대기업으로 인해 불거진 최근 일련의 경제사태에 막대한 공적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농정실패에 따른 농민시위가 잇따르자 농가부채 탕감책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매월 수십만원의 푼돈을 갚지 못해 길거리에 내몰리고 가정이 파탄나는 수천여명의 서민 업자 들에 대해서는 수수방관하고 있다. /裵相祿기자·bsr@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