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여년전 의료폐기물 소각시설 설치 당시 주민이 음독자살을 하는 등 극심한 집단 민원이 발생했던 포천시 창수면 운산리의 한 공장 부지에 최근 또다시 폐기물 소각시설이 건립되고 있다. /최재훈기자 cjh@kyeongin.com

공장 설립을 반대하던 주민이 음독자살을 하는 등 극심한 집단민원으로 물의를 빚었던 포천의 한 의료(감염성)폐기물 처리업체가 공장 가동 중단 10년여만에 재가동을 위한 행정절차를 밟기 시작하면서 또다시 주민들의 극렬한 반발을 사고 있다.

주민들은 수백명 명의의 탄원서를 관계기관에 제출하는가 하면 대책위원회까지 구성해 집단 행동에 들어갈 태세지만 업체측은 '직접 민원이 제기된 바 없었다'며 이렇다할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한탄강과 휴전선에 인접, 수려한 자연환경을 자랑하는 포천시 창수면 운산리. 인근에 위치한 주한미군 헬기와 전차 사격 훈련장인 영평사격장 때문에 한평생 귀를 틀어막고 살아온 이 마을 사람들에겐 최근 걱정거리가 또 하나 늘었다.

최근 병원에서 나오는 주사기·거즈·붕대 등 감염성 폐기물을 처리하는 소각장이 마을 어귀에 들어선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

그것도 10여년 전 동네 주민이 설립에 반대하며 농약을 마시고 숨지는가 하면 시위 과정에서 6명이 사법처리되는 등 내홍을 앓아왔던 소각장이 다시 들어서는터라 주민들이 느끼는 충격의 강도는 더욱 심한 상태다.

지난 94년 A업체는 주민 민원 등을 이유로 수차례 의료폐기물처리업 허가신청을 반려한 포천시에 대해 행정심판을 거쳐 결국 이 곳에 공장을 설립했지만, 2년여 후인 96년께부터 '다른 지역 공장에 업무를 집중한다'며 가동을 중단했다.

이후 10여년이 흐른 지난 3월, 이 업체는 기존 폐기물 처리용량을 반으로 줄여 공장을 재가동하겠다는 내용의 의료폐기물처리업 변경허가를 한강유역환경청에 신청했다 지난 10월 허가를 받아냈다. A업체는 현재 가설건축물설치 신고를 하지 않은 여러 개의 컨테이너를 사무실 용도로 사용하면서 공장 기계설비 공사를 한창 진행하고 있다.

이에 주민들은 이 업체가 10여년전 주민과의 약속을 어긴 채 수차례 인체조직 등 병원적출물까지 소각하다 적발되는가 하면 폐기물 소각 과정에서 기준치를 크게 웃도는 다이옥신이 검출되는 등 물의를 야기했다며 주민 883명의 서명을 받아 관계기관에 공장재가동 반대를 위한 탄원서를 제출하고, 다음달께 대책위를 재구성해 집단행동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김광분 전 병원적출물반대대책위원장은 "올해초부터 관계기관에 집단 민원을 제기했지만 현장실사도 없이 허가가 됐다"고 분개했다.

A업체 관계자는 "아직까지 회사쪽으로 제기된 민원은 없었지만 주민들의 요구사항이 있다면 성심성의껏 대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