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북관계가 싸늘하게 식은 2008년 세밑의 판문점.

군사분계선이 남과 북을 둘로 갈라놓은 지 53년. 남북은 반세기 넘게 서로를 노려봤고, 그 정점에는 비무장지대(DMZ)가 있었다.

남북관계가 경색국면에 접어든 2008년 세밑. 분단의 아픔이 켜켜이 쌓여있는 DMZ에는 여전히 차가운 바람만 몰아쳤다.

지난 27일 오후 2시 파주시 군내면 백연리 장단콩마을을 지나 JSA(Joint Security Area)로 들어서자 버스에 동승한 JSA부대원의 얼굴에 긴장감이 서렸다.

버스는 곧 남방한계선을 지나 DMZ에 진입했고, 대원의 입에서는 "이곳부터 판문점 도착 전까지 사진촬영이 금지된다"는 냉정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회담이 열리지 않는 판문점에는 적막만이 흘렀다.

'자유의집' 2층에 오르자 파란색 남북회담장 세 채와 북쪽을 응시한 JSA부대원들이 눈에 들어왔다.

자유의집과 약 80m 떨어진 곳에 마주선 판문각 앞의 북한 병사 한 명은 무표정한 얼굴로 우리 일행을 훑었다.

판문점 안에서 남북을 가르고 있는 것은 약 20㎝ 높이의 콘크리트 블록. 판문점 밖으로는 정전협정 당시 설치했던 흰색 나무막대가 군사분계선을 표시한다.

한 발 폴짝 뛰면 넘을 수 있는 저 경계를 사이로 남북은 치열하게 대치해왔고, 해가 바뀌어도 이 상황은 계속될 것이다.

JSA관계자는 "남과 북 모두 CCTV로 서로를 감시하기 때문에 평소에 이곳에는 사람 그림자 하나 없다"며 "오늘 우리 군인들은 방문객의 안전을 위해서 근무를 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찾은 민간인통제구역 안의 도라산역은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작금의 남북관계를 대변하고 있었다.

개성관광이 중단되기 전 인파로 북적거렸던 도라산역은 주말인데도 불구하고 역무원 외에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썰렁했다.

경기도가 약 110억원을 들여 도라산역 옆에 조성한 도라산평화공원 역시 을씨년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공원 관리인은 "하루에 약 100명 정도 찾는다"고 말했다.

도라산역에서 봉동역까지 경의선화물열차 운행이 중단된 뒤 북쪽으로 향하는 철길은 철문으로 굳게 막혀있었다.

▲ 준공 뒤 1년이 넘었어도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의 물류센터는 텅텅 비었다.

개성공단의 물동량을 처리하기 위해 경의선남북출입사무소 안에 지난해 말 준공된 7만7천여㎡ 넓이의 물류센터는 개점휴업 상태였다.

컨테이너장치장(CFS)은 완전히 텅텅 비어있었고, 드넓은 주차장에는 화물차가 단 한 대도 보이지 않았다.

이날 공무원과 도의원, 언론인 등과 함께 '경기도 구석구석 바로알기' 행사 차 도라산역과 제3땅굴, 판문점 등을 찾은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열차길이 막히고, 물류창고는 텅텅 비어 있는 것을 보니 착잡하다"며 "도라산역에서 개성까지는 불과 17㎞, 개성공단까지는 4㎞밖에 되지 않는다. 이 겨울이 지나면 남과 북이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