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에서 백제시대의 구덩이 64기가 무더기로 발견됐다.
매장문화재 전문조사기관인 한국문화유산원은 소매점과 휴게 음식점 등을 지을 예정인 용인시 마북동 442 외 2필지를 발굴 조사한 결과, 총 71곳에 이르는 유적을 확인했으며 이 중 64기가 백제시대의 구덩이인 원형 수혈유구(竪穴遺構)로 드러났다고 30일 밝혔다.
이번에 발견된 구덩이는 아래로 내려 갈수록 바닥이 입구보다 더 넓어지는 복주머니 형태의 유적으로 학계에서 그 기능을 종잡을 수 없다고 해서 구덩이라고 부르고 있다. 이런 구덩이는 대략 서기 300년을 전후한 시기에 집중적으로 조성됐으며, 얕은 구릉성 산지의 기슭에 주로 나타나며 유독 옛 백제 영역에서만 두드러지게 확인된다는 특징이 있다.
발견된 구덩이 64기 중 60기가 깊이 180㎝ 이상 되는 대형 구덩이었으며 내부에서는 유물이 거의 발견되지 않았다. 단 64호 원형 수혈 유구에서는 회청색 경질의 대옹(大饔)과 검은색이 도는 흑색마연토기(黑色磨硏土器)와 같은 전형적인 백제토기류가 다수 확인됐다.
그동안 이와 비슷한 구덩이들은 공주 장선리 유적, 용인 구갈동 유적, 용인 보정동 고분군 유적, 용인 서천지구 조사지역, 오산 내삼미동 유적 등에서 확인된바 있다.
이를 두고 학계에서는 한때 삼국지(三國志)의 위서 동이전에 보이는 '토실(土室)'로 보아 사람이 일상으로 거주하던 집터로 보기도 했으나, 최근에는 저장 창고일 가능성에 한층 무게를 두는 상황이다. 문화유산원 관계자는 "구덩이가 이 지역 주민들이 공동으로 사용하던 저장고일 가능성이 있으며, 주변에서 계속 확인되는 다른 백제 유적들과 연관시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