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발생한 경기서남부 부녀자 연쇄실종사건의 악몽이 채 가시기 전에 지난해 연말 또다시 같은 지역에서 여대생과 40대 주부가 귀갓길에 잇따라 행방불명됐다.

   이 사건들은 발생장소와 범행대상 등의 공통점으로 연관성이 주목됨에 따라 경찰은 물론 지역주민들을 불안케 하고 있다.

   경기경찰청은 5일 군포시 거주 여대생 A(21)씨가 지난해 12월 19일 귀갓길에 군포보건소 주변에서 실종돼 공개수사에 나섰다고 밝혔다.

   경찰 조사결과 A씨 휴대전화 전원이 안산시 상록구 건건동에서 꺼졌고 A씨 신용카드로 현금이 인출됐는데 인출은 신원을 알 수 없는 20-30대 남자였다.

   이보다 한달여 전인 지난해 11월 9일에는 안산에 사는 주부 김모(48)씨가 수원시 권선구 입북동 수인산업도로 버스정류장에서 내려 남편에게 '집에 들어가겠다'고 통화한 뒤 휴대전화가 끊긴 채 연락이 두절됐다.

   이들 2건의 실종 사건은 2년전 발생, 아직 범인이 검거되지 않은 경기서남부 부녀자 4명 연쇄실종사건의 악몽이 다시 이어지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2006년 12월 14일과 24일, 2007년 1월 3일 노래방도우미 배모(당시 45세).박모(당시 37세)씨와 직장인 박모(당시 52세)씨 등 부녀자 3명이 군포와 수원, 화성에서 잇따라 실종된 뒤 이들의 휴대전화 전원이 모두 화성시 비봉면 일대에서 꺼졌다.

   비슷한 시기인 2007년 1월 7일에는 수원시 권선구 금곡동에 사는 여대생 연모(당시 20세)씨가 집 근처 버스정류장에서 행방불명돼 연쇄실종에 포함됐다.

   이 가운데 노래방도우미 박씨는 2007년 5월 8일 안산시 상록구 사사동 야산에서 암매장된 채 발견됐다.

   이들 4명의 경기서남부 부녀자 연쇄실종사건은 군포경찰서에 수사본부가 설치됐지만 아직까지 단서를 찾지 못하고 있다.

   경찰은 이들 사건의 발생 장소가 군포와 안산, 수원, 화성 등 경기서남부 4개 시에 집중됐고, 발생장소 간의 최장거리가 30㎞ 이내라는데 주목하고 있다.

   이들 모두 저항능력이 약한 부녀자 대상 범죄이고, 예상 이동경로 등 사건 정황상 차량을 이용한 범행일 가능성이 크다는 공통점이 있다.

   또 여대생 A씨 사건을 제외하면 사건 현장에 범행 흔적을 남기지 않는 치밀한 수법의 범죄라 경찰이 애를 먹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발생지역과 범행대상의 유사점이 있고 6건의 사건 모두 면식범에 의한 범행은 아닌 것이 분명한 만큼 연관성에 대해 수사를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그러나 화성에서 휴대전화 전원이 끊긴 3건은 동일범의 소행으로 보고 있지만 나머지 3건의 실종은 일단 별건으로 판단하고 있다.

   군포와 수원, 화성에서 실종된 배씨 등 3명은 화성시 비봉면 일대에서 모두 전원이 끊겨 용의자가 지리감이 높은 화성으로 피해 여성들을 유인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경찰의 분석이다.

   여대생 A씨와 다른 여대생 연씨, 주부 김씨 사건 등 나머지 3건은 공교롭게도 버스정류장 주변이 모두 마지막 실종장소라 이들 3건은 또다른 동일범에 의한 범행일 가능성도 열어놓고 수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여대생 A씨 사건의 경우 용의자가 A씨 신용카드로 돈을 인출해 강도목적의 범죄가 확실해보이지만 다른 여대생 연씨와 주부 김씨의 경우 현재 수사단계에서 범죄 목적을 추정하기조차 어렵다"고 말했다.

   여대생 A씨 사건을 언론에 공개한 경찰은 신고보상금 500만원을 내걸고 사건 용의자 검거에 주력한 뒤 나머지 사건과의 연관성을 수사한다는 계획이다.

   경찰은 용의자가 확보될 경우 나머지 5건 사건의 용의차량 대조와 용의자의 휴대전화 위치추적 등을 통해 동일범 소행 여부를 가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