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경영난에 직면한 쌍용차가 결국 법정 관리를 신청함으로써 파국을 맞게 됐다.

   이는 최대주주인 상하이차가 유동성 회복을 위한 자금 지원을 거부하고 경영권을 포기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향후 쌍용차의 회생 가능성 여부가 가장 큰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법정 관리가 개시되면 향후 쌍용차는 법원의 판단에 따라 회사 청산 또는 매각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 상하이차 왜 포기했나 = 쌍용차 노사 뿐 아니라 주채권 은행인 산업은행은 최대주주인 상하이차의 지원을 우선적으로 요청해왔다. 일단 위기에 빠진 회사를 구하기 위해서는 주인이 책임을 지고 나서야 한다는 판단에서였다.

   상하이차는 그러나 이사진 9명 중 6명이 중국인으로 구성된 이사회 의결을 통해 법정 관리 신청을 결정하면서 사실상 경영권을 포기하고 자금을 지원하지 않기로 했다.

   이같은 결정은 쌍용차에 추가 자금 지원을 하더라도 '밑빠진 독에 물붓기'밖에 안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추가로 자금 지원을 할 경우 작년 12월 월급을 지불하지 못할 정도의 자금난에 허덕이는 쌍용차를 한시적으로 유지할 수는 있으나 근본적으로 판매량이 급감하고 있는 회사를 지속적으로 운영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판단해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또 통상 신차를 개발하는 데 드는 투자 비용이 3천억원이라고 치면 상하이차는 대략 2대 개발비 수준인 6천억원 가량을 쌍용차 인수에 투입해서 훨씬 더 가치가 있는 SUV기반 기술을 확보했기 때문에 쌍용차가 파산해 투자비를 모두 날리더라도 결국 남는 장사를 한 셈이다.

   상하이차는 지난 2004년 10월 쌍용차 채권단과 지분 48.9%를 인수하기로 본계약을 체결하고 인수대금 5천900억원을 지불해 최대 주주가 됐고 이후 지분율을 51.3%까지 늘렸다.

   여기에 상하이차도 상황이 좋지 않다. 전세계적인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작년 1-9월까지 순익이 작년 동기 대비 42.7% 줄어들었고 앞으로도 경영 환경이 밝지는 않다.

   상하이차가 쌍용차 인수 후 매년 3천억원씩 1조2천억원을 쌍용차 연구개발(R&D) 등을 위해 지원하기로 약속했지만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고 올해 들어 SUV판매 급감으로 인해 쌍용차가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지만 좀처럼 지원책을 내놓지 않은 것도 이같은 배경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 상용차 회생 가능성은 = 쌍용차는 일단 법정 관리에 들어가면 매각 또는 최악의 경우 청산 절차를 밟게 된다.

   쌍용차가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살아나려면 매각 절차가 진행되야만 하는데 이 경우 최대 관건은 과연 인수에 나설 회사가 있을지 여부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쌍용차 인수를 추진할 기업은 나타나지 것으로 예상된다. 전세계적인 경기 침체의 여파로 인해 내수 시장에서 급랭 기미가 확산되고 있을 뿐 아니라 쌍용차의 주력인 SUV가 시장에서 외면 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쌍용차는 작년에 내수 3만9천165대와 수출 5만3천500대 등 총 9만2천665대를 팔아 2007년보다 실적이 29.6% 감소했다.

   특히 작년 12월 쌍용차 판매량은 내수 2천953대와 수출 2천587대 등 5천540대를 기록해 2007년 12월보다 52.5%나 떨어졌다.

   쌍용차의 실적 부진은 다름아닌 품질과 디자인 경쟁력 열위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다른 완성차 업체들의 경우 SUV 모델의 경우 기존 프레임 방식에 비해 차체 무게가 훨씬 가벼운 모노코크 방식의 플랫폼을 적용해 승부를 걸고 있지만 쌍용차는 모노코크 모델이 전무한 상황이다.

   또 디자인에서도 브랜드 정체성을 살린 모델을 출시하는데도 실패해 결국 극심한 판매 부진의 늪에 빠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국내 완성차 업체를 비롯해 해외 메이커 중에서 쌍용차에 관심을 두고 있는 기업은 없을 것"이라며 "그러나 향후 어떤 형국으로 상황이 전개될지는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