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6년 3월 청약신청 당시 무려 '120대1'이라는 기록적인 경쟁률을 기록하며 '로또'로까지 불렸던 판교신도시가 지지부진한 공정률과 각종 편의·기반시설 미비로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여기에 경기불황의 여파로 곳곳에서 입주지연 현상까지 겹치면서 일부 입주예정자와 부동산업계에서는 '망(亡)교신도시'란 자조 섞인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판교는 아직도 공사중= 지난 8일 판교신도시 내에서 처음으로 입주가 시작된 '부영 사랑으로' 임대아파트. 곳곳에 내걸린 입주 축하 플래카드와 달리 아파트 주변은 적막감만 감돌고 있었다. 신규아파트 단지마다 으레 마주치는 초고속인터넷·정수기·학습지·우유업체 관계자들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고, 아파트 보도블록도 여전히 공사중이다.

이 아파트는 당초 지난달 28일까지 준공이 예정돼 있었지만 지난 9일 현재 공정률은 89.8%에 그치고 있다. 입주자도 전체 371가구 중 단 4가구에 불과한 상태다. 판교신도시 전체를 들여다 볼 경우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5개 부지 전체 공정률은 평균 85.1%에 머물고 있으며, 지난해 10월 준공 예정이었던 판교테크노밸리 조성사업은 39.4%에 그치는 등 지지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여기에 아직 공사가 끝나지 않은 부지와 아파트마다 중장비와 공사자재가 쏟아져 나오면서 입주자들은 안전사고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교통·편의시설 먼나라 얘기= 분당 낙생고 앞에서부터 대한송유관공사까지 서판교 지역을 동서로 관통하는 왕복 4차선 57번 국지도 3㎞ 가량 구간은 아직 보도블록조차 깔리지 않았다. 자동크린넷 시설 및 쓰레기소각장 역시 각각 51.6%와 61.8%의 공정률로 오는 3월과 5월인 준공 예정일을 무색케 하고 있다.

병원과 학원, 편의점 등 주요 편의상가도 절대 부족 상태다. PF(Project Financing)사업으로 계획된 대규모 쇼핑몰 '알파돔시티'는 백화점, 호텔, 주상복합 등 주요 시설이 오는 7월 착공, 2012년까지 들어설 예정이지만 정부의 법인세 및 취득·등록세 감면혜택 폐지 방침에 따른 수백억원대의 취득·등록세 추가 부담으로 교착상태에 빠져 있다. 파출소 역시 오는 3월말 이후에나 들어설 예정이다.

▲'마이너스' 교육인프라= 경기침체로 살던 아파트를 팔지 못하거나 전세금을 빼지 못한 입주예정자들의 입주가 늦어지면서 판교신도시내 교육여건은 '최악'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실제로 오는 3월 첫 개교 예정인 운중초는 학생부족으로 학년당 1개 학급만을 우선 운영토록 내부 방침을 정하면서 자칫 학생보다 교사수가 많은 웃지못할 기현상까지 초래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성남교육청 관계자는 "입주에 따라 학생들이 증원될 경우 이미 마련된 여유 학급을 운영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