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일 수원시 권선동 '수원가구거리'가 인근 아파트 입주철임에도 불구하고 경기침체 영향으로 가구를 찾는 손님이 없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태황기자 hath@kyeongin.com

"매출이 예년에 비해 절반으로 줄었어요. 이러다간 가구거리라는 명성도 다 사라질 판입니다." 15일 오후 1시께 40여개의 가구 전문점이 늘어선 수원시 권선구 권선동 소재 '수원가구거리'에는 사람들의 흥정 목소리는 사라진채 '원가이하 세일', '폭탄할인' 등을 써붙인 플래카드만이 쓸쓸하게 바람에 나부끼고 있었다.

지난해 초만 해도 인근 지역내 새 아파트 입주가 시작되면 이사 비수기와 상관없이 배달 물량이 밀려 분주했지만 올해는 부동산 경기 침체 영향으로 전혀 딴판이 돼버렸다.

이곳에서 장사 한지 5년이 넘었다는 J가구의 영업상무 A씨는 "최근들어 권선동 SK아파트, 매탄동 위브하늘채 등 대규모 단지의 입주가 시작됐지만 손님은 가뭄에 콩나듯 찾아온다"며 "세트 구입시 100만원까지 할인을 해주는 이벤트를 벌여도 반응은 시큰둥한 상황"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인근 D가구 관계자도 "하루에 한 건도 판매하지 못하는 어이없는 일이 허다하다"며 "거리 자체가 생기를 잃어 경영난을 겪는 업체가 한두군데가 아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같은 상황은 극심한 경기불황으로 인해 소비자들의 소비심리가 위축됐기 때문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설명하고 있다. 경기 한파에 씀씀이를 줄이면서 생필품이 아닌 가구 소비는 더욱 꺼리고 있다는 것.

사무용 가구 매장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창업 수요가 줄고, 기업들의 긴축 경영으로 가구 구입을 위해 매장을 찾는 발길은 점점 뜸해지는 추세다.

J사무용가구점의 B대표는 "사무실을 개소하는 곳도 없고, 불황이 극심해 중고품 수요도 실종된 상황"이라며 "가구 원가는 오르는데 매출 만회를 위해 무리한 세일을 진행하다보니 팔아도 별 이윤은 없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가구거리의 불황은 비단 이곳만의 상황이 아니다. 화성 병점, 안산 상록, 남양주, 고양 등 도내 대표적 가구거리에서도 불황이 급습, 예전의 명성을 잃어가고 있다.

수원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상품별로 집적된 상권의 경우 지역경제 활성화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다"며 "이러한 상권의 퇴색은 또다른 경제 침체의 여파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