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은 도시 성장 속도와 수준에 비해 축제를 기획하고 실현하는 능력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는 지난해에도 '축제 브랜드화 계획'을 내놓았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시민 참여가 낮은 편이고, 외부 관광객 유치 실적도 미흡하다. 전문가들은 지역밀착형 축제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시민의 축제가 없다
지역민이 자부심을 갖고 적극 도와주는 대표 축제가 인천에는 없다.
지난 해 차이나타운에서 열린 '인천-중국의 날 문화축제'에는 차이나타운 상가번영회가 참여하지 않았다. '인천해양축제'는 주민들의 반발로 개최 장소를 옮겨야 했다. 도시축전조직위원회측도 시민참여도를 높이는 일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시 관계자는 "이해관계가 각기 다른 지역민을 축제의 장으로 끌어모으는 게 쉽지 않다"고 했다.
국내에서 지역민 참여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낸 축제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진주남강유등축제'다. 진주남강유등축제 제전위원회는 축제 개최 수개월 전부터 ▲유등만들어 띄우기 ▲창작등 만들기 ▲소망등 달기 ▲시민참여등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 행사를 치밀하게 준비한다. 진주시는 시교육청과 협력해 초등학교 미술시간에 남강유등축제에 사용할 등을 만드는 수업을 한다.
조혜정 인천발전연구원 연구위원은 "축제 기획단계서부터 지역민이 참여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해야 한다"며 "사전 설문조사 등을 통해 주민이 즐겁게 참여할 수 있는 아이템을 개발하는 방안을 도입해 볼 만하다"고 했다.
■ 축제 마케팅 강화해야 한다
보령 머드축제의 국내 인지도는 꽤 높다. 보령시는 지난 해 국내 소주회사와 광고협약을 맺고 병소주 1억병에 머드축제 광고문안을 부착했다. 올해엔 미국 산타모니카 해변에서 세미(semi) 머드축제를 열어 외국인들에게 보령 머드축제를 홍보할 계획이다. 보령 머드화장품은 현재 미국·중국·싱가포르 등에 수출되고 있다. 이제 '보령'과 '머드축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됐다.
인천에는 아직 브랜드 축제가 없다. 지역경제 파급력도 낮은 편이다. 인천 대표축제 중 외지인 참여 비율이 가장 높은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도 수익 창출 효과는 낮은 편이다.
인천은 축제와 지역의 연관성을 부각해 알리는 일에도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에서 펜타(Penta)는 공항·항만·정보·비즈니스·레저 도시를 지향하는 인천 미래도시 전략을 내포한다. 록(Rock)은 평화·자유를 상징한다. 그러나 아직껏 인천은 '록 페스티벌 개최지' 이상의 의미 부여를 받지 못하고 있다.
류정아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위원은 "록 페스티벌, 해양축제, 인천-중국의 날 축제 등은 모두 다 인천의 속성과 관련이 있다"며 "장기적으로 인천시에서 알리고자 하는 방향을 고민하고, 축제 가치를 알려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대표 축제를 육성하자
행정안전부는 지난 달 2007년도 지방자치단체의 행사·축제 경비를 공개했다. 지방재정 건전화를 유도하겠다는 게 이유였다. 인천은 16개 시·도 중에서 행사·축제 경비를 가장 많이 집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놓고 ▲축제 통합·대형화 ▲축제기간 연장(계절별, 월별) ▲상설축제장 조성 ▲인천 축제 프로그램 데이터베이스 구축 등의 의견이 나오고 있다.
배만규 경운대 관광학부 교수는 "현 상황에서 지역축제는 관(官)의 도움없이 불가능하다"면서 "관은 축제 지원 비중을 조금씩 줄여나가면서 민간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또 "인천을 알려야겠다고 해서 무조건 대형화를 추진하면 축제가 아닌 이벤트로 전락할 위험이 높다"며 "방문객 수에 연연하기 보다는 관람객이 편하게 와서 즐겁게 놀고 집에 돌아갈 수 있는 인프라를 만드는데 힘써야 한다"고 했다.
류정아 연구위원은 "인천만이 갖고 있는 고유성 등을 찾아 축제에 담아내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인천의 다문화성, 개항기 문화소통 교류지 등의 콘셉트는 축제 아이템으로서 개발할 여지가 많다고 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