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이 극도의 혼란상태로 걷잡을 수 없이 빠져들고 있다.
 
   22일 하루만도 국민-주택은행 노조가 합병철회를 요구하며 파업을 강행한 가운데 이 두 은행간의 합병이 전격적으로 발표됨에 따라 한국노총은 오는 28일 전 금융기관이 참가하는 총파업으로 투쟁수위를 높이겠다고 극렬히 반발하고 있다. 이어 리젠트종금 최종부도와 영업정지, 주가 폭락 및 환율 급등 등 연말을 불과 1주일여 앞두고 금융시장 전반이 숨가쁘게 돌아가고 있다.
 
   따라서 주요 경제지표도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대로 가다가는 금융시장이 공황을 방불케 하는 사태로 발전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팽배해지고 있다.
 
   ◇국민-주택은행 합병=합병을 놓고 진통을 반복해온 국민-주택은행이 전격 합병, 금융구조조정이 급류를 탈 것으로 보인다. 22일 양대 은행은 노조의 전면파업속에 공식 합병을 발표했다.

   김상훈 국민은행장과 김정태 주택은행장은 이날 오후 5시께 한국은행에서 경쟁력 강화차원에서 합병하되 합병방식은 새로운 은행을 신설, 두 은행을 흡수하는 형식을 취하도록 하는 내용의 합병합의서에 서명했다.
 
   이로써 자산규모 167조원에 달하는 세계 63대 은행이 탄생하게 됐다.
 
   ◇리젠트종금 영업정지='진승현 게이트' 여파로 유동성 위기를 겪어온 리젠트종금이 이날 최종부도 처리돼 수원을 비롯한 도내 금융계에 적지않은 타격이 예상된다.
 
   금융감독위원회는 리젠트종금에 대해 23일자로 3개월간 영업정지 및 임원 직무집행정지를 결정하고 관리인을 선임했다. 지난 81년 수원에 본사를 두고 경수종금으로 설립돼 경기지역을 영업기반으로 성장해 온 리젠트종금이 영업정지에 들어감으로써 이 지역의 소상공인등 고객의 피해가 불가피하게 됐다.
 
   지난해 4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낼만큼 국내 종금사중 최우량 종금사로 알려진 리젠트종금은 지난달 진승현씨 소유 MCI코리아에 부당대출을 한게 밝혀지면서 예금인출사태를 겪어 유동성 부족에 시달려왔다.
 
   ◇주식 폭락=폐장을 하루 앞둔 22일 주식시장이 금융시장 전반의 불안에 영향을 받아 지수가 급전직하하며 공황상태를 보였다.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11.30포인트 떨어진 500.60을 기록, 종전 연중최저치였던 지난 4일의 501.73을 갈아치웠으며 투매현상이 나타난 코스닥시장도 3.39포인트 하락한 52.67을 기록, 3일 연속 사상최저치를 경신했다.
 
   ◇환율 폭등=원-달러 환율도 장중 한때 1천250원까지 오르는등 급등락세를 보이며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이날 외환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전날보다 9.10원이 오른 달러당 1천237.60원을 기록해 지난 99년 3월8일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금융구조조정과 관련해 불안심리가 널리 퍼진데다 은행들의 대손충당금 수요와 정유사 결제수요가 겹쳐 최근 환율이 급등했다”고 설명했다. /吳錫元기자·swo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