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의 상징인 경기북부 접경지역이 '생태계의 보고(寶庫)'임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3일 경기도농업기술원 제2농업연구소가 민간인통제구역과 비무장지대(DMZ) 일대에서 발견했다고 발표한 희귀곤충 가운데 대표적인 것은 붉은점모시나비다. 이 나비는 지난 2002년 한국자연정보연구원이 강원도 삼척시에서 군락이 있다고 확인하기 이전까지는 국내에서 멸종된 것으로 알려졌었다.

쌍꼬리부전나비는 우리나라 나비 중 유일하게 날개 뒷부분에 두 개의 꼬리(돌기)가 있어 형태적으로 희귀한 곤충이다.애벌레도 땅속에서 개미와 공생하는 습성이 있어 학술적으로도 연구가치가 매우 높다.

열대성 곤충인 꼬마잠자리가 접경지역에서 발견됐다는 것은 지구온난화가 가속되고 있음을 증명한다.

환경의 변화는 곤충 서식지의 이동을 유도하기 때문이다. 어른 엄지손톱만한 꼬마잠자리는 1957년 충북 속리산, 1999년 전남 곡성군, 2005년 경남 양산시 등 주로 남쪽에서 발견됐다. 하지만 서식지가 점점 북쪽으로 옮겨가 지난 2006년 도내 광주시에서 확인된 데 이어 이번에 접경지역에서도 발견된 것이다.

함께 서식이 확인된 물장군, 애기뿔소똥구리는 20년 전만 해도 도시 주변에 흔했지만 이제는 주위에서 관찰하기 힘든 멸종위기 곤충들이다.

제2농업연구소는 지난 2007년부터 파주시와 포천시, 연천군의 민간인통제구역에서 곤충자원을 탐색 중이고 올해도 탐색은 계속되고 있다.

탐색지역은 남방한계선까지다. 비무장지대는 민간인의 출입이 금지돼 활동이 불가능하지만 연구원들은 군부대의 사전 허가를 얻어 밤에 불빛을 이용, DMZ안 곤충들을 유인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곤충채집틀을 상시 설치한 뒤 곤충이 없는 겨울에는 철거하는 방식이다.

제2농업연구소 이영수 연구사는 "붉은점모시나비가 남부지역에서 빠르게 사라진 이유는 서식환경 파괴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며 "종 보전에 대한 노력 없이 현재 같은 상태가 지속된다면 앞으로 10년 이내에 남한에서는 완전히 사라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도농업기술원은 생태적 보전가치가 높은 곤충에 대한 조사와 함께 보전 및 이용 가치가 높은 곤충을 인공증식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김영호 도농업기술원장은 "접경지역의 멸종위기 곤충들은 50여년의 세월이 접경지역을 원래의 자연생태계로 회복시키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면서 "도는 세계적으로 가치있는 접경지역의 생태환경을 보전하며 평화적으로 활용해야 하는 두 가지 의무를 안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3일 동두천시 신천에서는 멸종위기동·식물 1급인 노랑부리저어새(천연기념물 제205호) 한쌍이 발견되기도 했다. (사)한탄강지키기운동본부가 생태모니터링 도중 발견한 노랑부리저어새는 순천만과 제주도 등 주로 남쪽에서 월동, 동두천에서 발견된 것은 희귀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