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분양가 상한제 배제 등 올해 해결해야 할 '규제개혁 10대 과제'를 선정했다. 10대 과제 대부분은 중앙부처에 한번쯤 건의했던 사안. 중앙부처를 설득하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그러나 '경제자유구역 권역 일원화', '인천타워 복합용도 건축 허용' 등의 성과를 보면 규제 완화의 가능성은 열려 있다.
■ IFEZ는 수도권이 아니다
참여정부는 2007년 9월 집값 상승과 부동산 투기를 잡겠다며 '분양가 상한제'를 민간택지까지 적용했다. 분양가 상한제는 인천경제자유구역 개발에 악영향을 끼쳤다.
인천 송도국제도시와 청라·영종지구는 2003년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됐다. 당시 공유수면을 매립하고 기반시설을 설치하려면 막대한 돈이 필요했다. 공동주택 용지는 이들 재원을 마련하는데 큰 몫을 했다. 분양가 상한제는 정부의 시행 의도와 달리 인천경제자유구역 개발에 직격탄을 날렸다. 청라지구에서 미분양 사례가 발생했고, 송도국제업무단지는 공동주택 분양이 사실상 중단됐다.
인천경제자유구역 주택시장의 특수성도 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에는 중대형 아파트가 많은 데다, 고급 마감재를 써 일반지역보다 분양가가 비쌀 수밖에 없다. 제한된 건설비로는 경쟁력 있는 주거환경 조성이 불가능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지방)간 대립양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에 관한 규제 완화가 더딘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나마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규제가 많이 풀렸다. 대표적인 사례가 '경제자유구역 권역 일원화'다. 과밀억제권역인 송도국제도시 7~11공구(34.7㎢)와 청라지구(18㎢)가 성장관리권역으로 변경됐다.
인천시의 최대 현안인 권역 조정은 해결됐다. 하지만 인천경제자유구역이 수도권 규제에서 벗어나야 하는 숙제가 남아 있다. 현재 외투기업은 수도권정비계획법 적용이 배제되고 있다. 그러나 수정법은 경제자유구역에 입주하는 국내기업에게 '족쇄'로 작용하고 있다.
■ 이름만 '경제특구'
초·중·고교 설립 재원도 문제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사업시행자가 공립학교를 짓거나 교육재정 확보시까지 사업시기를 조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공립학교가 제때 설립되지 않으면 주거시설 등 핵심 인프라 개발에 타격이 예상된다.
인천경제자유구역에는 외국병원이 들어설 예정이다. 하지만 경제자유구역법에는 외국병원 설립과 운영에 대한 절차와 요건이 부재하다. 외국인 환자 유치 허용, 의약품 수입 허가 완화 등을 담은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 지적이다.
두바이와 싱가포르는 서비스업 분야에 영어회화가 가능한 외국인을 고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불가능하다. 국내에는 영어로 회화가 가능한 인력이 부족한 데다, 영어를 잘하는 고학력 인력은 임금이 비싸다. 경제자유구역은 관광·레저·유통·서비스 분야에도 외국인을 고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은 다른 경쟁도시보다 금융서비스업을 유치하는데 불리하다. 금융서비스업 유치를 위한 인센티브 제도가 취약하기 때문이다. 현재 경제자유구역의 조세감면 업종은 제조업, 관광업, 물류업, 의료기관, 연구개발시설에만 국한돼 있다.
■ 과감한 규제 완화 필요
인천경제자유구역의 특수성을 인정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법과 규제를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송도국제도시개발유한회사 관계자는 "부동산정책을 하루 아침에 바꿔 해외 투자자들에게까지 소급 적용하는 일은 외국에서 상상조차 할 수 없다"고 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이 '수도권-비수도권' 정치 논리에 휘말리면 안 된다는 의견도 있다.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인천경제자유구역은 수도권에 속한다는 것 하나 때문에 줄곧 역차별을 받았다"며 "인센티브를 달라는 것이 아니라 불합리한 규제 만큼은 풀어달라는 것이다"고 했다.
인천경제청이 선정한 '규제개혁 10대 과제' 대부분은 외투기업 유치와 외국인 정주여건 개선을 위한 사안이다.
인천대 김동원(행정학과) 교수는 "경제자유구역이 어떤 성격을 갖고 있느냐를 고려해야 한다"며 "해외 고급인력 유치를 위해선 이들이 생활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또 "교육 문제도 국내 교육시장을 침해하지 않는 선이라면 일단 규제를 완화해 줘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