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녀자 연쇄살인범 강호순 사건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경기도내 한 경찰서에서 부녀자 납치미수사건 신고를 받고도 초동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검거기회를 놓쳤다는 주장이 제기돼 물의를 빚고 있다.

특히 이 사건 피해자는 해당 경찰서에서 사건 신고 접수 당시 소방서로 신고하라고 하는 등 어처구니 없는 대응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어 파장이 일고 있다.

17일 광주경찰서와 피해여성 A(36·회사원)씨에 따르면 A씨는 지난 10일 오전 2시30분께 광주시 초월읍의 한 아파트단지 앞 굴다리 길을 지나려던 순간 검은색 승합차에서 내린 남성에 의해 강제로 납치될 뻔 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이 남성과 몸싸움을 벌이다 온몸에 타박상을 입었지만 가까스로 도망쳐 집에서 112로 신고했다.

그러나 경찰서에선 112 지령실로 걸려온 신고전화를 그대로 관할 파출소로 넘겼고, 파출소에선 현장출동 및 도착시간까지 정확히 기재해야 하는 '112신고'가 아닌 파출소 전화로 걸려오는 '일반신고'로 분류, 근무일지에 현장 도착시간도 기록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더구나 신고지점인 A씨의 집에는 형사도 없이 파출소 직원만 2명이 나왔으며, A씨가 상처치료를 위해 이천의 병원에 갔을 때에 외근형사 2명이 병원에 온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신고전화에서 납치를 당할 뻔하다 도망치는 과정에서 다쳤다고 했더니 경찰관이 '다쳤으면 119로 신고하라'고 말하고는 한참이 지나서야 파출소 직원이 집으로 왔다"며 "경찰들이 빨리 현장에 왔다면 3번 국도상에 있었을 피의자들을 잡을 수 있었을텐데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분개했다.

해당 경찰서에선 119를 언급한 것에 대해 확인을 요청하는 취재진에게 절차를 이유로 녹취된 신고전화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으며, 형사과에서도 외근형사의 도착시간, 인근지역 검문조치 등 초동조치에 대해 답변을 거부하고 있다.

광주서 관계자는 "112 신고내용은 정보공개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않아 공개할 수 없고 형사분야의 현장조치는 수사상 비밀이다"며 "사건이 종결되면 그때 밝히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