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서남부 부녀자 연쇄실종 살인범 강호순 검거로 전국민이 아직까지도 불안에 떨고 있다. 경찰은 수원·안산·의왕·군포 등지에서 지금도 야간엔 도로변을 중심으로 순찰을 강화하고 있다. 국민의 불안심리를 잠재우고 또다른 사건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당연한 조치로 보인다. 그런데 광주경찰서에서 부녀자납치 미수사건 신고를 받고도 초동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은 어처구니없는 일이 또 벌어졌다. 심지어는 "다쳤으면 119로 신고하라"고 응대하는 무책임한 행동도 서슴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피해여성 A씨는 지난 10일 새벽 광주시 초월읍 한 아파트단지 앞 굴다리를 지나려던 중 검은색 승용차에서 내린 괴한에게 납치당할 뻔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괴한과 몸싸움을 벌이다 온몸에 타박상을 입었지만 가까스로 도망쳐 나온뒤 집에서 112로 신고했다. 그러나 경찰은 112지령실로 걸려온 납치미수사건 신고 전화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관할 파출소로 넘겼다. 파출소는 일반신고로 분류하고 근무일지에 출동과 현장도착시간도 기록하지 않은채 직원 2명을 A씨 집에 보냈다고 한다. 상처치료를 위해 이천의 병원에 갔을 때 뒤늦게 외근형사 2명이 찾아왔고 사건발생 5시간이 지나서야 파출소에서 중요사건으로 분류돼 형사부서로 사건발생보고서 등이 인수인계되는 등 늑장대응으로 일관했다.

만일 상황실에서 사건을 상부에 즉시 보고하고 해당 차량에 대한 무전수배를 내려 인근 경찰서와 공조, 3번 국도변을 검문했다면 용의차량을 쉽게 검거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같은 초동수사의 허점과 무사안일한 대응으로 손쉽게 잡을 수 있는 현행범을 놓쳤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게다가 납치과정에서 탈출하면서 부상을 입었다는 여성에게 "다쳤으면 119에 신고하라"고 언급한 대목에선 국민 모두가 분통이 터졌을 것이다. 경찰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민중의 지팡이이다.

뒤늦게 경찰은 전방위 감찰에 나서는 한편 진상조사와 함께 대책마련에 착수하는 등 부산을 떨고 있다. 또 다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우를 범한 것이다. 경찰에 대한 국민적 믿음과 신뢰가 땅에 떨어질 위기에 처해 있다. 한번 실추된 신뢰를 되찾기 위해선 뼈를 깎는 고통이 뒤따른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