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부동산신탁(이하 한부신) 부도위기 사태가 가뜩이나 어려운 경기도내 지역경제를 뒤흔들고 있다. 한부신이 17일 부도처리될 경우 이 회사가 시행하는 도내 20여개 사업장의 공사가 중단되고 200여개 시공·하도급·위탁업체와 아파트입주 예정자들의 피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같은 부도위기는 한부신으로부터 진성어음 838억원을 받은 삼성중공업이 16일 오후 3시30분에 외환은행 서울 선릉지점에서 이 어음을 돌리기로 했다고 밝힘에 따라 비롯됐다. 한부신이 진성어음을 17일 오후 4시30분까지 막지 못하면 1차 부도처리된다.
 그러나 부동산신탁이 지난해 3월23일, 12월29일, 올해 1월2일 세차례 1차부도를 낸 상태여서 또 한차례 1차부도를 낼 경우 관련법에 따라 최종 부도처리된다.
 삼성중공업은 성남 분당터미널(테마폴리스) 신축공사비 1천694억원 가운데 미수채권이 1천276억원에 달해 20여차례나 만기어음을 연장했지만 공사대금을 받지못해 어음을 돌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삼성중공업은 앞서 15일 서울지법에 부동산신탁 24개 채권금융기관을 상대로 1천276억원의 공사미수금 청구소송을 냈다.
 한부신이 부도처리되면 그동안 이 회사의 신탁을 받아 진행중인 도내 20여개 사업장의 공사가 전면 중단되고 200여개 시공·하도급업체, 그리고 위탁업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특히 아파트입주예정자들은 선수금을 떼이거나 공사지연에 따른 피해를 걱정하면서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부신이 시행중인 도내 주요 사업장은 광주 곤지암임대아파트, 남양주오남리아파트, 양평공원묘지조성사업, 영통롯데아파트, 용인솔레시티, 파주건풍아파트, 일산덕이동아파트 등이다.
 한부신의 부도위기를 몰고온 분당 시외버스종합터미널도 올 4월로 예정된 개정시기가 늦어지면서 부대상가 입점예정자들의 피해가 예상되고 있다.
 전국적으로도 65개 사업장, 아파트사업만 19개단지 1만9천500여 가구의 공사가 중단되고 798개 시공·하도급업체, 입주예정자들의 피해가 발생, 피해규모가 적어도 1조8천592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건설교통부는 한부신의 부도위기와 관련, 17일 오전 주채권 은행인 외환은행과 삼성중공업, 대주주인 한국감정원 관계자 등이 모인 가운데 대책회의를 갖고 피해 최소화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문제의 한부신은 91년 정부투자기관인 한국감정원의 전액출자로 설립된 부동산신탁회사로 지난 99년 10월 워크아웃에 돌입, 채권단의 출자전환을 통해 현재 한국감정원이 28.4%, 채권단이 71.6%의 지분을 갖고 있다. /洪正杓기자·jp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