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도시와 명품도시. 인천이 미래의 세계를 향해 내건 구호다. 그러나 미래 선진도시의 지표인 도서관의 모습은 초라하다. 인천의 문화예술기반이 열악하다는 것은 어제 오늘 지적된 문제가 아니다. 인천의 공공도서관 1개소당 인구는 16만2천252명으로, 대전의 8만9천53명보다 2배 가까이 된다. 과거 인천을 떠나던 시민들이 내세운 교육과 문화의 문제가 여전히 미해결과제로 남아있는 것이다. 그리고 인천의 공공도서관 입구가 붐비는 이유이기도 하다. 각종 개발계획이나 아파트건설계획들은 화려하게 설명되지만 정작 시민들에게 필요한 문화시설이나 공공도서관의 경우 획기적 공급계획이 없다.

문제는 향후 계획에도 시민들의 도서관에 대한 요구가 구체적으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인천시가 발표한 '문화예술기반시설 확충 계획'이 그 예다. 시는 현재 16개인 도서관을 2018년까지 30개 더 지어 46개로 만든다고 한다. 그러나 계획대로라면 인천의 도시규모나 인구 증가추이 등에 비춰 볼 때 최하위의 도서관 수나 장서 수를 면치 못하게 된다. 물론 도서관 수나 장서 수가 절대적인 문화적 지표는 아니다. 그러나 선진국가의 도시를 상징하는 중요한 문화적 지표가 공공도서관이라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시가 공공도서관의 확충에 인색한 것은 도서관을 독서실로 생각하는 인식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도서관이 수험생과 취업준비생들의 독서실로 사용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독서실을 벗어나 현대적 의미의 도서관 기능을 부여하는데 시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문화공간을 중시하는 프랑스의 미테랑도서관, 국내외 출판물의 집산지인 프랑크푸르트도서관, 모든 음악자료를 보관한 베를린도서관, 뉴욕의 보물창고라고 일컬어지는 뉴욕도서관, 전세계의 역사적 자료를 수집하는 영국도서관, 1천800개의 전문도서관을 갖고 있는 일본의 도서관 등 그 모델은 수도 없이 많다. 선진 국가의 도시들은 왜 도서관에 투자하는가. 버락 오바마 미국대통령은 도서관을 '세상을 향한 창이자 인류역사를 진보케 하는 보다 원대한 생각을 찾아내는 곳'이라고 했다. 그의 예찬론이 아니어도 도서관은 인간 삶을 풍요롭게 할뿐만 아니라 민주주의의 바탕이 되고 있다. 인천시가 세계적 수준의 공공도서관 건립에 적극 나서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