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에서 관리하는 CCTV(폐쇄회로 TV) 관제센터로부터 실시간으로 무전을 들으며 도주차량을 추적하던 A형사는 하마터면 관제센터 직원과 말싸움을 벌일 뻔 했다.

불과 자신보다 1~2분 전에 용의차량이 이 도로 위를 지나갔는데도 관제센터 직원은 용의차량이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며 길을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

더구나 A형사는 추적도중 이미 서너 대의 CCTV를 지나쳐 왔던 터라 '가만히' 앉아서 모니터링 하는 사람이 어떻게 용의차량을 놓칠 수 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런 일은 부지기수다. CCTV를 설치하고 운영하는 관리 주체가 각기 다른 기관들이기 때문이다.

A형사의 경우 용의차량이 처음엔 경찰이 관리하는 방범용 CCTV에 찍혔지만 그 뒤엔 시에서 관리하는 교통정보센터 CCTV에 찍힌 것이어서 방범용 관제센터에 앉아 있는 경찰관은 용의차량을 볼 수 없는 것이 맞다.

실제로 부녀자 연쇄살인범 강호순을 검거한 경기지방경찰청 수사본부 형사들이 강씨를 추적 중이던 지난달 초.

형사들은 A씨의 모습이 마지막으로 찍힌 군포 보건소부터 A씨의 휴대폰 전원이 꺼진 안산 건건동 일대, A씨의 신용카드로 돈이 인출된 안산 성포동까지 예상이동 경로를 따라 용의자를 추적하기 시작했다.

과정은 복잡했다. 일단 형사들은 군포시에 협조공문을 보내 보건소 앞에 있는 CCTV에 찍힌 A씨의 영상을 확보했고, 이후 경찰이 관리하고 있는 군포서 방범용 CCTV관제센터에서 범행 시간대에 이동한 차량들의 영상자료를 확보했다. 같은 지자체 안에 있었지만 관리 주체는 달랐기 때문이다.

이후 안산시로 건너간 형사들은 또다시 협조공문을 보내 안산시가 관리하는 CCTV 영상자료를 얻었고, 인근 수원시와 화성시 등 각 지자체 마다 협조를 요청해 CCTV 영상을 확보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형사들은 각 학교, 금융기관, 편의점 등 수천군데를 돌며 일일이 CCTV화면을 얻어 와야 했다.

이들이 용의자 검거를 위한 영상자료를 모으는데만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투입된 셈이다.

여기에다 모아 온 영상자료를 일일이 다시 모니터링 하는데는 또다시 많은 시간이 소요됐고, 결국 안산 건건동의 한 도로에 설치된 CCTV가 강호순을 검거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을 알아낸 데는 수집과 분석에 천문학적인 시간과 노력이 들어갔다.

경기청 소속 한 형사는 "만일 통합 관제센터가 있어 경기도 내에서라도 영상자료 확보가 원스톱으로 처리된다면 치안확보에 엄청난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형사는 "경찰서 상황실로 신고가 접수되면 경기청 상황실로 상황이 전파돼 타 지역 공조가 필요한 경우 일괄 대응할 수 있도록 일원화 된 것처럼 관제센터도 통합돼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