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7년 당시 일본지사장으로 근무하던 鄭夏石 이화다이아몬드공업(주) 대표이사(59)는 믿기 어려운 사실을 경험한다. 일본에서도 내로라하는 세계 초일류기업인 도요다자동차로부터 자동차부품 연마공구 납품을 위한 테스트를 제의받았기 때문이다.
 이 회사에 납품을 하고자 집요하게 공을 들여왔던 수년간의 노력이 물거품으로 변할지도 모르는 절박한 상황을 반전시킨 이같은 제의는 귀를 의심하게 할 정도로 믿기 어려운 일대 사건이었다. 밤낮을 가리지않고 예기치 않은 최악의 결과에 대비해가며 치밀하게 테스트를 준비한 결과, 결국 그는 철옹성으로 여겨지던 도요다의 '높은 벽'을 허물었다.
 이는 최고의 기술력을 인정받는 보증수표를 의미하는 것으로 이화다이아몬드공업의 제품이 세계적인 수준으로 발돋움한 오늘을 결정적으로 뒷받침해준 쾌거라고 해도 결코 지나친 말이 아니다.
 鄭사장은 지금도 마음을 죄며 이를 지켜봤던 4년전의 일이 떠오르면 가슴이 뛴다고 한다.
 “정직한 기술력은 반드시 인정을 받는다”는 신화적인 사례를 만든 鄭사장. 그래서 그가 대표이사로 취임했을 때 임직원들은 뭔가 모르게 변화의 급물살이 다가올 것을 모두 예감했다고들 한다.
 전자결제, 전직원의 영업마인드 무장, 전사적 자원관리시스템(ERP)의 전격도입 등등.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환경을 몰고 온 鄭사장의 일거수일투족에 직원들은 빠르게 익숙해져 갔다. 특히 ERP 프로젝트는 그의 야심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변화 가운데 하나. 지난 1일 15명의 사원을 선발, 정예팀을 발족시킨 鄭사장은 'Innovation! Speed! Better!'을 슬로건으로 또 다시 고삐를 죈다. 여기에는 촌각을 다투는 정보화시대를 맞아 고객과 함께 세계시장으로 진출하자는 그의 경영철학이 담겨있다.
 鄭사장의 최대무기는 흐트러짐없는 단아한 외면에 감춰진 부드러운 인성. 그러나 업무적으로는 오차를 절대 허용하지않는 치밀함에서 나온다고들 한다. 또 맏형같은 넉넉함에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남다른 포용력으로 임직원에게는 동료같은 느낌으로, 고객에게는 친구같은 이미지로 다가가게 하는 것도 그의 덕목이다.
 이순(耳順)의 길목에 접어든 적지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사고방식이 톡톡튀는 젊은사람들의 수준을 오히려 앞서가는 것도 빼어놓을 수 없는 장점. 다이아몬드 공구와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IT산업부분에 납품량을 늘리겠다는 신창출론을 주장하는 鄭사장의 경영마인드는 이래서 어색하지않다. 비록 당장은 다이아몬드 공구가 필요치 않아도 알맞은 용도의 공구를 개발한다면 기업들이 제품을 찾을 것이라는 그의 지론이다. 기존의 사고기준으로 보면 다소 엉뚱할지도 모르나 새로운 잣대로 보면 독특하고 신선한 발상이 아니냐는 공감대를 사기에 충분하다.
 그의 욕심은 그칠줄 모른다. 요즘에는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 제품을 만들자”라며 동분서주하고 있다. 신제품개발을 위해 연구비로 연간매출액의 5%를 투자해 최소한 동종업계 세계 5위권의 위치로 두 세단계 업그레이드 시키자고 뛰어다닌다.
 차별화된 신사고로 무장된 그의 경영마인드는 지난해 5천600만달러의 수출고를 기록하면서 전년대비 32%라는 경이적인 기록과 국내시장 점유율도 36%대로 끌어올렸다. '두마리의 토끼'를 한꺼번에 잡은 것이다.
 지난 78년 이 회사의 상무이사로 전격 스카우트되면서 전무이사, 부회장을 역임하면서 보낸 23년.
 글로벌화의 무한경쟁시대를 직원들의 정신재무장으로 극복한 지칠줄 모르는 추진력은 올 1천340억원대의 매출목표(수출 7천만달러)를 향해 화려한 결실을 맺어가고 있다.
 요즘 그는 물리학 이론을 경영기법에 접목시키는 또 하나의 엉뚱한 일에 매달리고 있다. 움직임(변화)이 없는 정지된 물체를 움직이려면 운동중인 물체보다 더 많은 힘을 가할때 비로소 가능하다는 관성의 법칙에 鄭사장은 몰두하고 있다. “무한경쟁시대는 꾸준한 변화를 요구하며 시대적 흐름에 맞게끔 변화되어야 한다”는 것을 경영기법에 대입하려 하기 때문이다.
 기술력에 대한 남다른 집착과 저돌적인 추진력, 유연한 사고에 독특한 경영노하우를 구사하고 있는 그는 덩치 큰 다국적기업과 어깨를 나란히하며 세계시장을 무대로 펼치기 위한 화려한 변신을 서두르고 있다. /沈載祜기자·sjh@kyeongin.com
 His Hisory
 -42년 서울 태생
 -61년 경복고 졸업
 -65년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금속공학과 졸업(ROTC 3기)
 -72년 서울다이아몬드공업(주) 대표이사 취임
 -78년 이화다이아몬드공업(주) 상무이사 입사
 -93년 전무이사 취임
 -94년 IR 52 장영실상 수상(다이아몬드 와이어 쏘)
 -95년 무역의 날 5천만불 수출탑 및 수출유공자 금탑 수상(대통령표창)
 -97년 부회장 취임
 -2000년 대표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