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4일
 인천국제공항은 단순 공항기능을 넘어 비즈니스와 레저를 함께 즐길 수 있는 등 다목적 공항을 목표로 건설됐다. 공항공사측은 아울러 인천공항 주변에 인구 100만명 이상의 도시가 50여개나 위치해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장담해 왔다.
 공항공사에 따르면 홍콩 첵랍콕공항에서 미국 뉴욕까지 거리가 먼 관계로 논스톱으로 운항하는 항공기가 없어 인천공항이나 일본 간사이공항을 경유해야 하지만 간사이공항의 경우 사용료가 인천공항에 비해 훨씬 비싸다고 한다. 따라서 외항사들이 상대적으로 사용료가 싼 인천공항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는 게 공항공사측의 설명이다.
 공항공사는 이와 관련, 공항수익의 상당 부분을 환승객이나 환승 화물을 처리하는 쪽으로 잡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외국 유수의 언론매체에 항공사와 환승객 유치를 위해 각종 홍보전략을 펼치기도 했다. 공사측은 당초 목표치인 45개사보다 2개사가 많은 47개사를 유치한 것도 큰 성과로 평가한다.
 그러나 이같은 공사측 주장엔 현실적으로 무리가 따른다고 항공 관계자들은 지적한다. 외국 여행객을 위한 공항 배후시설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환승객을 비롯해 비즈니스 관계로 인천공항을 찾는 여객을 위한 호텔이나 업무시설은 개항 후 2~3년 지나야 갖추게 된다. 동북아 허브공항의 장밋빛 청사진만 제시했을 뿐 주변 개발을 소홀히 했음을 보여주는 대목.
 공항을 기반으로 하는 영종·용유도의 경우 10여년간 도시계획지구로 묶여 개발이 늦어진데다 행정 당국의 안일한 판단이 결국 공항을 '고아(孤兒)'로 만들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인천시는 영종지역의 경우 579만평을 복합 기능을 갖춘 도시로 개발한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도시계획이 내년 상반기에나 결정돼 개발사업은 2003년에 가서야 가능한 실정이다. 용유·무의지역의 사정도 마찬가지. 결국 2013년 이후에나 이들 지역의 개발이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공항 실패의 대표적 사례가 바로 중국 상하이의 푸둥공항이다. 황량한 벌판에 엄청난 규모의 공항이 들어서 있을 뿐 공항 주변에선 편의점 하나 찾아볼 수 없을 정도. 게다가 도심지까지 1시간이나 걸려 항공사들이 입주를 꺼리는 이유로 꼽히고 있다. 이 때문에 인천공항보다 먼저 개항했는데도 불구, 외국 항공사를 제대로 유치하지 못해 엄청난 적자를 감수하고 있다.
 간사이공항의 사정은 좀 나은 편이다. 오사카 중심지까지 승용차로 1시간이 넘는 거리에 있지만 고속철도를 통해 35분 정도면 오갈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침체로 주변 개발이 늦긴 했지만 간사이공항 기반도시인 이즈미사노시엔 호텔과 상업시설을 갖춘 60층 규모의 랜드마크를 세웠으며 병원과 국제회의시설 등을 갖춘 링쿠(臨空)타운을 조성해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첵랍콕공항의 경우도 철도를 이용하면 도심까지 통행시간이 30분 이내로 짧다. 또한 홍콩은 국제적 물류도시여서 공항 이용률이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교통개발연구원 박용화박사는 “허브공항의 경쟁력은 주변의 인프라구축에 달려 있다”며 “인천을 비롯한 수도권 전지역을 연계한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徐晋豪기자·provi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