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13일 온국민의 환영과 기대속에 분단 55년의 민족사에 새로운 장(章)을 여는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을 갖기 위해 평양으로 떠났다.

김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 직원들의 뜨거운 환송을 받으며 방북의 첫 걸음을 내디뎠고, 평양행 특별기가 대기하고 있는 서울공항까지의 연도 곳곳에는 수많은 시민들이 몰려들어 설렘과 흥분속에 대통령 일행을 환송했다.

◇ 청와대.효자동
김 대통령은 이날 오전 8시15분 부인 이희호(李姬鎬) 여사와 함께 밝은 표정으로 서울공항으로 가는 승용차편에 올랐다.
청와대 본관에서 정문에 이르기까지 비서실 직원들의 열렬한 환송을 받으며 출발한 김 대통령의 승용차는 청와대를 빠져나오자 마자 손에 손에 태극기를 흔들며 환호하는 시민들과 마주쳤다.
효자동 분수대 근처, 광화문 앞길 등 서울공항으로 향하는 연도에는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민족의 화해와 통일의 기반이 조성되기를 염원하는 시민들이 아침 일찍부터 속속 모여들었다.
또 광화문 교보빌딩 등에는 정상회담의 성공을 기원하는 대형 플래카드가 내걸렸고 평양으로 떠나는 김 대통령의 행렬을 알아본 지나던 행인들도 발걸음을 멈추고 손을 흔들었다.

김 대통령내외는 청와대 정문앞 효자동 분수대 근처 연도에 운집한 실향민과 주민들을 보고 차량에서 내려 밝은 표정으로 웃음을 지으며 약 2분간 이들과 악수를 했다.
김 대통령은 태극기를 흔들며 환호하는 이들과 일일이 손을 잡으며 "잘 다녀오겠습니다"라고 인사했고, 시민들은 "성공하고 돌아오세요", "몸 편히 다녀오십시오"라며 역사적 방북길을 환송했다.
특히 지난 47년 평북 의주에서 홀홀단신으로 월남했다는 김경회(金敬會.77)씨는 월남당시 부모님의 모습이 담긴 빛바랜 흑백사진을 김 대통령에게 보여주면서 "이것을 보시고 꼭 가족 상봉을 성사시켜 달라"며 눈시울을 붉혔고, 김 대통령은 "알았습
니다"라며 두손을 꼭 잡았다.

이 여사도 시종 밝은 표정으로 환송나온 인근 유치원 어린이들과 일일이 손을 잡으며 인사했고, 연도에 늘어선 시민들은 태극기를 흔들며 정상회담의 성공을 기원했다.
김 대통령 내외는 시민들과 인사를 끝낸 뒤 다시 차량에 올라 광화문을 거쳐 서울공항으로 향했으며, 길거리에는 대통령 내외의 모습을 알아본 시민들이 손을 흔들며 이번 정상회담에서 성과가 나오기를 기대했다.

김 대통령을 환송하기 위해 나온 황해도 출신의 백홍규(白弘奎.74)씨는 "의정부가 집이지만 대통령이 잘 다녀오시길 바라는 마음에서 고향 친구들과 함께 나왔다"며 정상회담의 성공을 기원했다.
또 생후 6개월된 딸을 데리고 나온 주부 김정은(金正銀.28)씨는 "아기한테 통일된 조국의 첫발이자, 아기의 미래인 역사의 현장을 보여주고 싶어 나왔다"며 김 대통령 방북에 의미를 부여했다.

◇ 연도.서울시내
시민들은 민족의 염원인 통일의 첫걸음을 내딛는 김 대통령 일행을 설렘과 흥분속에 환송했다.
평양길에 오른 김대통령 일행을 태운 차량행렬이 서울공항으로 향하는 연도에는 출근길 시민들이 걸음을 멈춘채 손을 흔들며 회담의 성공을 기원했고 가정이나 직장에서도 시민들은 TV를 통해 출발모습을 지켜봤다.

서울역, 강남 고속버스 터미널 등에서 열차와 버스를 기다리던 승객들도 김대통령 일행의 역사적인 평양행을 중계하는 대합실의 TV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앞에서는 새마을운동중앙협의회 서울시 지부 회원들이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 성공적 개최를 기원합니다" "북한 농촌재건은 새마을운동으로"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태극기를 흔들며 대통령 일행을 환송했다.

주부 한혜진(53.여.경기도 과천시 중앙동)씨는 "대통령이 평양을 향해 떠나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벅차 오른다"며 "양 정상이 허심탄회하게 솔직한 대화를 나누고 아무쪼록 대통령이 건강하게 예정된 일정을 잘 마치고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원도 통천군이 고향인 실향민 노봉찬(73.여) 씨는 ൜대초반에 남으로 넘어온 이후 죽기전에 고향에 한번 가 볼 수 있을지 막막하기만 했는데 대통령이 평양으로 떠나는 모습을 보니 고향땅을 밟아보는 마지막 소원이 실현될 것이라는 희망이 생긴
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