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이 사주와 맞지 않아 운이 따르지 않는다는 말에 최근 개명을 한 문모(28·수원시)씨는 은행에 계좌 명의를 변경하러 갔다 황당한 말을 들었다.

계좌 개명 수수료 5천원을 지불하라는 것. 문씨는 통장을 새로 교체하는 데 드는 돈인 줄 알고 새 통장을 재발급하지 않겠으니 금융기관 전산상의 이름만 바꿔달라고 했으나 은행 측은 통장 재발급과 상관 없이 가입한 은행마다 계좌 명의 변경 수수료가 들어가는 것이라고 안내했다.

문씨는 "대출이나 신용정보 등 금융기관간 고객정보는 공유를 하면서 계좌 명의변경은 은행마다 찾아가서 돈을 지불하라는 게 말이나 되느냐"며 "시청에 가서 '무료로' 개명신고를 하면 국세청이나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명의는 자동으로 바뀌는데 은행들의 잇속 챙기기에 기분이 상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다른 개명고객인 정모(34·여)씨는 거래은행의 계좌 자체를 해지하겠다고 했지만 은행 측은 "어차피 기존 정보가 있기 때문에 차후 이 계좌를 다시 개설하려면 명의변경 수수료를 내야 한다"고 답했다. 결국 정씨는 자신의 명의로 개설된 A은행 등 5개 거래은행의 계좌 명의를 변경, 총 2만5천원의 수수료를 각 은행에 지불했다.

이 같은 은행들의 계좌 명의변경 수수료 챙기기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을 비롯, 신용카드사나 보험회사들이 개명고객들로부터 법원의 개명허가 결정문을 제출받으면 무료로 명의를 변경해 주는 것과는 대조되고 있어 개명 고객들의 불만이 더욱 큰 실정이다.

수원, 용인, 화성을 관할하는 수원지법에 접수된 개명 신청건수는 지난 2006년 7천383건을 시작으로 지난해 9천412건으로 급증했으며, 이 중 지난 한 해에만 7천43명이 개명허가 결정문을 받았다. 이들 개명 허가자들이 개인당 3개의 은행계좌를 갖고 있다고 가정할 경우 은행은 가만히 앉아서 최소 1억560만여원의 수수료를 챙기는 셈이다.

A은행 관계자는 "통장을 재발급하는 데 드는 인지세를 포함, 규정된 수수료이다 보니 어쩔 수 없다"며 "아직 은행권에서 수수료 폐지 논의는 없었으며, 우량 고객에 한해서만 관련 수수료를 면제해 주고 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