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기 폭파 사건의 범인 김현희(47)씨와 북한에 있을 당시 김 씨의 일본어 교사였던 다구치 야에코(田口八重子·북한명·이은혜) 씨 가족이 11일 오전 부산 벡스코(BEXCO)에서 만났다.

이들 두 가족의 상봉은 김현희는 지난 1987년 대한항공(KAL) 858기 폭파사건의 범인이고 다구치씨는 1978년 북한에 납치된 뒤 2년가량 김현희씨와 함께 살면서 일본어를 가르친 이은혜라는 인물인 것으로 알려져 양국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KAL기 폭파사건이 발생한 지 22년만이고, 다구치 씨가 납치된 지 31년만이다.

김현희씨는 이날 다구치 씨의 장남 이즈카 고이치로(飯塚耕一郞·32) 씨, 오빠인 일본인 납치피해자가족회 대표 이즈카 시게오(飯塚繁雄·70) 씨와 공개적으로 만났다.

오전 11시께 벡스코 2층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김씨 등은 한국과 일본 정부 관계자가 동석한 가운데 5분가량 공개적으로 만난 뒤 곧바로 별도의 장소로 옮겨 비공개 면담에 들어갔다.

이들의 만남은 일본 현지에서 그동안 납치피해자들의 문제가 큰 이슈가 돼 온데다 일북 관계와도 연결돼 있어서 경우에 따라 향후 파장 또한 예상된다.

벡스코 주변엔 또 이른 아침부터 일본 TBS 등 방송사들이 국내에서 대여한 중계차 등 방송장비들을 동원해 생방송을 실시했고, 이후 위성중계로 기자회견 분위기와 상황을 실시간으로 전달했다.

김씨가 공개석상에 나타난 것은 97년 전국 공안검사를 대상으로 한 특별강연 이후 12년만이다.

회견장 분위기도 보안을 이유로 엄격한 통제를 받았다.

경찰과 보안당국은 혹시 있을지 모를 돌발상황에 대비해 벡스코에 3중의 경비망을 설치했다.

회견장에는 일본 기자 50명을 비롯, 한국 기자 40명, 외신 기자 20명 등 총 110명이 몰렸으며 기자회견장에 입장하기 전에 모두 휴대품 개봉검사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