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황사현상이 예년보다 한달 가까이 일찍 시작되면서 모래먼지와 염해의 만남으로 발생하는 정전사고가 벌써부터 고개를 들면서 예사롭지 않아 긴장하고 있습니다.”
26일 오전 화성시 대부도 바닷가 길변에서는 평상시 보기드문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었다.
2명 1개조로 구성된 한전 직원들이 크레인 차량(주스차)에서 전주를 지나는 애자에 연거푸 물을 뿜어대는 분주한 손놀림은 결코 예사롭지 않은 긴장감을 만들고 있다.
이는 황사현상이 시작되면서 애자에 쌓이는 모래먼지를 제거하기 위한 것으로 정전사고 예방차원의 연중행사(?)로 자리를 잡은 것이다.
이렇듯 해안가를 낀 화성시 관내 제부도 대부도 일대에서 요즘들어 한전이 정전사고 예방차원에서 복병인 황사, 염분과의 이색전쟁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황사로 날아들은 회색빛 모래먼지는 바닷가 전주에 앉은 염분성분을 감싸 스파크(기기류의 붓싱에 의한 섬락)를 일으키며 정전사고를 발생시키는게 일반적입니다.”
한전은 해마다 이맘때면 시작되는 까치와의 전쟁과는 별도로 황사란 또하나의 복병을 만나 이렇듯 고전하고 있다.
해풍(海風)에 실린 염분기는 애자의 절연성과 강도를 떨어뜨리며 전기공급의 흐름을 방해하다 결국 정전사고를 만든다.
더욱이 황사에 잔뜩 들은 금속성 모래먼지 불순물은 염분기와 섞여 쌓이며 가랑비라도 내릴때면 밤마다 전주에서 사고를 예기하듯 불꽂잔치(?)를 벌이며 위험천만의 순간으로 돌변하는 것이다.
실제 지난 3일 발전소가 위치한 영흥도에서 올들어 처음으로 황사현상에 의한 정전사고가 발생했다. 710가구(수용호수 1천786세대)가 사는 이 지역에서 자정이 가까워지면서 애자에 찌들어 쌓여있던 전주위에 낙뢰를 예방하기위해 만든 피뢰기(침)에서 스파크가 튀면서 우려했던 정전사고가 발생, 이 일대가 80분간 칠흑같은 어둠의 밤을 맞게했다.
사건 1주일만에 제부도에서도 똑같은 현상으로 12분간 정전사고가 발생한데 이어 이틀만인 14일 저녁 최초 사고지점인 영흥도에서 또다시 황사로 인한 정전사고가 발생하는 등 황사로 인한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도내에서 염해와 황사로 인한 사고 우려지역은 단연 서해안을 끼고 있는 화성시 일대.
한전 화성지점 직원들은 “모두 3만7천500여개의 많은 전주(변압기 전주 7천207개) 가운데 어느곳에서 예기치 못한 사고가 터질지는 누구도 자신할 수 없다”고 말한다.
金鍾男 화성지점장(56)은 “매년 봄, 가을에 두차례 염해로 인한 정전사고를 예방하기위해 전주 애자를 청소하기는 하는데 올해는 황사현상이 일찍, 그것도 정도가 심해 관내에서만 벌써 3건의 정전사고가 발생했다”며 최근 “지점 전직원이 사고예방에 매달려도 끝이 없어 골머리가 아픈 지경”이라는 불편한 심기를 토로했다.
황사가 절정에 달한 요즘, 화성지점은 한전 경기지사에 단 한대밖에 없는 특수차량인 주스차를 아예 고정배치시켜놓고 밤이나 낮이나 연거푸 애자청소에 전직원이 매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정전의 주범인 까치집과의 전쟁을 치르는 것도 버거운 일인데 요즘들어 부쩍 심해진 황사에 이 일대에서는 전주에 고정된 활선의 애자청소까지 매달려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황사현상이 사라질때까지 지속적으로 해안가 배전선로에 대해 세밀히 물청소를 하는 방법이외엔 현재로서는 달리 대책이 있을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산란기가 시작되면서 가뜩이나 극성을 부리고 있는 까치만봐도 치가 떨리는 직원들은 15m 높이의 전주를 곡예하듯 옮겨다니며 전주끝에 매달린 애자에 연거푸 물을 뿌려대는 일이 결코 달가울리 없다.
“정전사고를 없애기위해 수용가들이 저희들의 노력을 조금이라도 알아준다면 힘이 나겠습니다. 물과 공기의 존재처럼 안정적인 전기공급이 당연한 것처럼만 여겨지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양질의 전력공급을 위해 '무정전 신화'에 도전하는 이들의 노력은 동트는 새벽과 함께 정전사고를 사전에 차단하기위해 전주에 물을 주는(?)는 반복된 일로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沈載祜기자·sj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