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반 우려반' 속에 문을 연 인천국제공항이 개항 첫 날을 '큰 탈'없이 대체로 무난하게 보냈다. 인천공항을 찾은 승객이나 이용객들은 대부분 “이만하면 괜찮다”는 반응이었다. 그동안 땀흘려 일군 결과가 헛되지 않았음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첫 착륙을 무사히 마친 아시아나항공의 노은상 기장(43)도 “인천국제공항이 외국 선진 공항에 비해 전혀 손색이 없을 만큼 훌륭한 시설을 갖췄다”며 자랑스러워했다.
 특히 세계 공항중 최고로 꼽히는 싱가포르 창이공항과 비교해 인천공항에 설치된 등화관제시스템 등 갖가지 부문의 성능이 우수해 조종사들이 편하고 안전한 착륙을 할 수 있는 공항으로 평가받았다.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됐던 수하물처리시스템의 경우도 공항공사나 항공사, 언론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고 지켜봤으나 개항에 영향을 줄만한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 공항공사 관계자는 “가장 신경을 썼던 부문이 수하물처리시스템”이었다며 “반자동 시스템으로 전환한 후 순조롭게 가동해 한시름 놓았다”고 밝혀 이에 대한 부담이 얼마나 컸는지를 짐작케 했다.
 개항 첫날인 29일 공항공사 전직원은 잠을 설치고 새벽 첫 비행기를 기다렸다. 항공사들도 개항 첫날의 의미를 강조하며 치열한 홍보전을 벌이기도 했다. 외항사들도 자사 항공기의 운항점검을 위해 밤을 꼬박 세웠다. 직원들은 지치고 힘든 상황속에서도 이·착륙이 무리없이 이뤄지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그러나 공항 곳곳에선 갖가지 운영상의 문제점들이 지적됐다. 규모가 큰 공항일수록 작은 것에서부터 세심한 배려가 필요한데도 인천공항은 이런 점에선 낮은 점수를 받았다.
 이중 식당은 운영미숙으로 이용객들의 불만을 샀다. 이날 새벽부터 항공기가 도착하면서 일찍 집을 나선 이용객들이 식사를 하기 위해 식당을 찾았으나 음식을 제때 내놓지 못하는 미숙함을 보였다. 손님이 많지 않은데도 종업원들이 정신없이 뛰어다니는가 하면, 식탁도 제때에 치우지 못하기 일쑤였다. 주문을 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10~20분이상 걸렸고, 아예 주문을 하지 못한 이용객들은 다른 식당을 찾아 나서기도 했다.
 실례로 이날 오전 10시께 여객터미널 4층에 위치한 조선호텔식당을 찾은 일부 이용객들은 “식사 재료가 준비되지 않아 손님을 받을 수 없다”는 종업원의 얘기를 듣고 돌아서야 했다.
 4층 중식당도 음식을 주문하면 30분이상 기다려야 한다며 손님을 내몰기도 했다. 이 때문에 식사를 하지 못한 이용객들은 공항내 패스트푸드점에서 햄버거나 과자로 끼니를 때우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빚어지기도 했다.
 공항공사의 서비스도 개선해야 할 문제점으로 꼽혔다. 첫 비행기로 입국하는 아내를 마중하기 위해 인천공항을 찾은 손승은씨(59·서울시 중랑구 상봉2동)는 “주차장 안내 표지판이 제대로 설치되지 않고 안내원도 없어 장기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30분을 걸어왔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공항공사는 출입증을 제때 발급하지 않아 상주직원들이 보안요원들에게 출입 제지를 당해 사무실이나 면세구역 매장에 들어가지 못하는 해프닝을 벌이기도 했다.
 공중전화기를 쓰려던 이용객들은 전화카드판매소에 대한 안내 표시가 없어 판매소를 찾아 해매는 등 당장 해결해야 할 운영상 문제가 많은 것으로 지적됐다. 이런 문제점들은 대부분 공항공사나 매장 운영자들이 조금만 신경을 쓰면 충분히 해결이 가능한 것들이어서 아쉬움을 남겼다.
 이제 남은 과제는 공항공사와 항공사, 입주업체 등이 인천공항을 정상궤도에 올려 놓는 것이다. 사소한 서비스의 문제가 자칫 인천공항의 이미지를 크게 실추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간단한 식사조차 제때에 제공하지 못한다면 다른 큰 부문의 서비스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관계자들의 얘기다. 공항이용권 한장을 사기위해 20~30분씩 기다려야 한다면 최첨단의 시설은 무용지물일 수밖에 없다.
 이용객들은 한결같이 “인천국제공항이 '동북아 허브공항'의 면모를 갖추기 위해선 작은 것부터 차질없이 실행에 옮기고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고 점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徐晋豪기자·provi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