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공동취재단) 인민문화궁전에서 14일 오후 이뤄진 정당.사회단체, 경제,여성분야 등 남북간 분야별 간담회에서는 다양한 협력과제가 제시돼 각계가 교류협력에 얼마나 많은 열망을 갖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특히 정당.사회단체와 경제분야 간담회는 당초 예정시간을 훨씬 넘겨 1시간15분동안 진지하게 협의가 진행되는 등 열기속에서 논의가 이뤄졌다.

간담회에 앞서 남측 특별수행원들은 조선컴퓨터회사를 방문, 북의 관련기술 개발현황을 살펴봤다.
이 회사는 게임, 인공지능, 음악, 전자사전, 토지정리 등 각 분야의 소프트웨어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는 업체로 최근 삼성전자측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관련분야 협력을 위한 공동진출에 합의한 바 있다.

◇정당.사회단체 분야
남측에서는 김민하(金玟河)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을 비롯해 이해찬(李海瓚) 민주당 정책위의장, 이완구(李完九) 자민련 당무위원, 김운용(金雲龍) 대한체육회장, 정몽준(鄭夢準) 대한축구협회장 등이 참석해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각 분야에서의 교류협력을 증진시키기로 했다.

북측에서는 김영대 민화협위원장을 대표로 해 한형욱 천도교 부위원장, 장웅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조평통 서기국 최우진 부국장, 조평통 서기국 전종수 참사 등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민주당의 이 의장은 지난 90년 1월부터 중단된 남북국회회담을 재개, 관련법을 각자 만듦으로써 다양한 분야의 협력을 포괄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도록 하자고 요청했다.
김 체육회장은 시드니 올림픽에서의 남.북한팀 동시입장을 제의, 남북 양측의 국기대신 올림픽과 각각의 NOC(국가올림픽위원회)기를 들고 입장하고 국가는 아리랑을 대신 사용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또 오사카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의 단일팀 구성을 제의했다. 특히 그는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과 관련해 북측 팀이 참석해 줄 것을 요청하고 ▲남북단일팀 구성 ▲백두산에서의 성화 채화 ▲탁구 축구 등 일부 종목의 분산개최 방안
을 협의하자고 제안했다.

정 축구협회장은 남북 축구단일팀을 구성해 오는 10월 레바논에서 열리는 아시안컵 대회와 내년 아르헨티나 세계청소년축구대회에 참가할 것을 제의했다.
이와함께 한.일이 2002년에 공동개최하는 월드컵 축구대회에 북측팀이 참석하는 문제를 재론해 볼 수 있다고 밝히고 세계에서 가장 큰 축구경기장인 5.1경기장(능라도 경기장)에서 경기를 가질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정 회장은 또 대표팀 교환경기 또는 경평(京平) 축구전을 부활하는 한편 현재 한.중.일 3국 축구계가 논의중인 동아시아 지역리그 신설에 북측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달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북측 장 웅 위원은 "남측의 제안이 성사될 수 있다고 낙관하고 있다"며 "시드니 올림픽 남북동시 입장 역시 좋은 결실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문화계를 대표한 차범석(車範錫) 예술원회장은 ▲연극 음악 무용 등 분야에서의 남북합동공연 ▲극작가 배우 연출가간의 공동세미나 ▲분단이후 남북 문화작품집의 공동출간 등을 제안했다.
이와 관련, 고은(高銀) 민족작가회의 상임고문은 남북작가회담의 개최를 제의하고 ▲7.4공동성명 기념식과 8.15기념식을 남북이 공동으로 개최하며 ▲시드니 올림픽에서 남북 공동의 응원단을 구성하자고 요청했다.
박권상(朴權相) 방송협회장(KBS사장)은 "남북의 언론 방송인들이 만나 대립과 갈등을 없애고 화해와 협력을 증진하도록 하자"고 강조했다.
또 박기륜 적십자사 사무총장은 "이산가족의 상봉문제에 대한 협의가 85년이래 중단되고 있다"며 이산가족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협의를 촉구했다.
이처럼 남측의 제의가 쏟아지자 북측을 대표한 김영대 위원장은 "여러가지로 제기된 교류협력의 내용이 진지하게 연구되면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하나 가능하다는 전망이 열릴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그는 7.4공동성명의 3대원칙인 자주.평화.민족대단결을 거론하며 "서로 사상,이념, 제도의 차이를 초월해 대단결의 시대를 열어 나가자"고 제의한뒤 "북과 남의온 민족이 주체성과 민족성을 살려 나간다는 쪽으로 사업을 공동으로 해 나가자"고
말했다.
간담회가 끝나면서 양측 대표들은 박수로써 논의의 진전을 희망했고 함께 기념촬영을 한뒤 헤어졌다.
◇ 경제분야
간담회가 시작되면서 남측 김재철(金在哲) 무역협회장이 먼저 나서 구본무(具本茂) LG회장, 손길승(孫吉丞) SK회장 등 남측 기업인 대표 9명을 소개했다.
이어 북측에서는 정운업 민경련 회장이 좌장을 맡아 백세윤 조선컴퓨터회사 총사장 등 6명의 대표를 차례로 소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