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년 어느 여름날. 30대 후반의 사내가 영한사전 한권과 헬멧 견본이 가득 든 큼직한 가방을 들고 미국 공항에 도착한다. 헬멧을 팔기위해. 배짱이 두둑한 이 사내는 홍진크라운의 홍수기 부사장이다.
 이후 미국 연방교통성(DOT)이 정한 각종 기준에 합격해야만 했지만 번번이 실패한다. 승인을 얻기에는 너무나 허술하고 볼품이 없었기 때문이다. 어떤 때는 승인 일정을 조정하기 위해 승인시험을 담당하는 박사의 집앞에 쌓인 눈을 새벽같이 쓸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일정은 수정됐지만 승인시험결과는 실패였다. 이후에도 수차례의 실험과 미국행이 이루어졌다. 결국 합격했다. 홍진크라운 헬멧의 미국 수출 문은 그렇게 열렸다.
 용인에 사업장을 둔 홍진크라운(대표·홍완기·www.hjc-helmet.com)은 오토바이 헬멧부문에서 세계정상에 우뚝 선 중소기업이다.
 지난 71년 설립된 이래 30년간 오토바이 헬멧 하나만을 고집하며 기술개발과 해외시장 개척에 전념한 결과다. 86년 'HJC'라는 고유브랜드로 북미시장에 진출한 홍진크라운은 93년이후 8년간 북미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할 정도로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했다.
 지난해 127만개의 헬멧을 수출한 이 회사는 올해 152만개를 수출해 7천만 달러의 외화를 벌어들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시장에서 이처럼 독보적인 위치를 지킬 수 있는 것은 고품질의 완벽한 제품을 추구하면서 실용성을 강조하는 미국인의 수요에 부응했기 때문.
 지난해 40여개 국가에 총 6천217만 달러 어치의 헬멧을 수출해 금탑산업훈장을 받기도 했다.
 수출 첫해 평균 16달러였던 수출단가도 고급 헬멧의 꾸준한 개발 결과로 99년에는 45달러를 넘어서는 등 세계 최고 품질을 보유하고 있다.
 기술개발에 전력하면서 DOT(미국 연방교통성규격)와 ECE(유럽공동체 규격)·JIS(일본산업규격)·BSI(영국산업규격)에서 국제공인규격을 획득한 것도 성장의 배경으로 작용했다.
 국립기술품질원에서 품질경쟁력 100대 기업에 선정되고 세계화 우수사업 경진대회에서 대상을 받을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으며 중·저가 제품의 이미지를 탈피하기위해 고가의 최고급 제품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809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올해는 1천억원의 매출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첨단 검사장비를 통한 철저한 품질관리와 입출고가 자동으로 이루어지는 최첨단 물류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끊임없는 디자인 개발도 세계 1위 업체로 나설 수 있는 기반이 됐다.
 홍진크라운의 인체공학적 헬멧 디자인은 공기의 저항을 줄이고, 넓은 시야 확보로 사용자의 안전성을 극대화했으며, 헬멧 내부의 탁한 공기가 빨리 배출될 수 있도록 특수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야마하·혼다·스즈키·할리데이비슨 등 세계 주요 오토바이 색상에 맞춰 헬멧 색상을 다양하게 생산하고 있을 뿐만아니라 세계 여러 지역의 표준 머리 모양과 크기를 분석해 다양한 모양의 제품을 내놓을 정도로 소비자의 입장에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김중근기자·kj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