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14일 저녁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과의 단독정상회담이 끝난 뒤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을 공식 초청하고 김 위원장이 이를 수용함에 따라 향후 남북관계에 새로운 장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궁극적으로 남북 정상회담이 일회성 혹은 단발성으로 끝나지 않고 정상끼리 평화와 통일을 위한 긴 여정에 들어가기로 합의, 진정한 남북협력 관계의 전환점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14일 밤 11시 20분 서명한 남북 공동선언은 "김대중 대통령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서울을 방문하도록 초청하였으며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앞으로 적절한 시기에 서울을 방문하기로 하였다"고 명시하고 있다.

김 대통령은 이날 공동선언 서명에 앞서 평양시내 목란관에서 열린 만찬사를 통해 "김정일 위원장! 북쪽의 지도자 여러분! 서울에서 다시 만납시다"라며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예고했다.
김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요구했던 배경은 향후 남북협력을 구체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남북 두 최고 당국자의 지속적인 대화채널 유지가 필수적이라는 인식때문이다.

나아가 분단 반세기에 걸쳐 쌓여온 어려운 문제들을 한번의 만남에서 해결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관점에서 서울 답방은 평화와 통일을 향한 중요한 전환점을 마련할 수 있다는 판단도 내재돼 있었다.

정부는 이같은 기본 인식을 바탕으로 정상회담 전부터 남북관계의 바람직한 발전을 위해 김 대통령의 평양방문에 대한 답방형식으로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을 적극 추진해왔던 것이다.
그렇다면 김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합의한 김 위원장의 '적절한' 답방 시기는 언제쯤이 될 것인가.

이와 관련, 올해 분단 55주년이자 광복 55주년이 되는 오는 8월 15일쯤을 전후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울 방문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으로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광복절은 한민족에 있어서 분단의 단초를 제공한 계기가 됐었다는 맥락에서 김위원장의 답방이 8월 15일을 전후해 이뤄질 수 있다면 결국 분단의 벽을 허무는, 뜻깊은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상징적으로 남북 공동선언 가운데 경제협력 구상이 구체화돼 분단된 남북한 철도가 복원될 수 있는 내년 광복절께 김 위원장이 서울을 방문하는 방안도 상정가능하다.
이와함께 공동선언 2항에서 규정돼 있듯이 남북 상호 통일방안을 연계시켜 어느정도 통일지향이 가능해졌을 때 서울을 방문하는 구상도 생각해볼 수 있다.
어쨌든 새 천년을 여는 2000년 6월 13-15일에 이루어진 김대중 대통령의 역사적인 평양방문과 남북 정상회담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울 방문 및 두번째 정상회담으로 이어져 한반도 화해와 통일의 장을 열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