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대구은행 본점 비즈니스룸에서 한국지방신문협회와 희망제작소가 공동 주최하고, 매일신문사와 한나라당 대구경북 시·도당이 주관하는 '행정체제개편 토론회'에서는 "행정체제 개편이 성공하려면 지방 정치 개혁이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 '지방 정치 개혁'=이날 발제를 맡은 김태일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부와 여야가 지금까지 논의한 지방행정체제 개편안은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한 뒤 "지방행정체제 개편의 중요한 전제 조건은 지방 분권"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또 "중앙으로부터 권한을 이양받은 자치단체장의 전횡도 견제해야 한다"며 "자치단체장이 추진하는 사안에 대한 의회 청문회 및 감사 의무화 제도를 둬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성준 경북대 행정학과 교수도 "행정체제 개편의 핵심은 권한 이양에 있다"면서 "그러나 권한을 이양받았을 때 제대로 된 관리가 가능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지금의 지방의회 역량으로는 자치단체장을 감당할 수 없다"는 것. 김 교수는 "선진국처럼 의회 내 전문 기구를 발족해야 한다"며 "기초의원들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는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경구 경북도의회 의원 역시 "정치 개혁이 지방 정치 개혁과 맞물려야 한다"며 "특히 지방의회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정당 공천제 폐지?'=김태일 교수는 행정체제 개편을 위한 또 다른 정치개혁 과제로 정당 공천제 폐지를 꼽았다. 김 교수는 "지역주의가 지배하고 있는 우리나라 정당정치 현실에서 정당이 지방의원을 공천하게 됨으로써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가 같은 정치세력에 의해 지배되는 '정치적 동종교배' 현상이 일어났다"며 "기초자치단체장이나 기초의원들은 정파의 이익이 아니라 주민의 생활문제를 고민하고 해결하는 사람들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오창균 대구경북연구원 연구위원은 "오늘날 정치 현실을 고려하면 공천제 폐지가 바람직할 수도 있다"며 "그러나 정당 정치의 위기가 정당뿐 아니라 유권자에게 있다는 사실 역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 연구위원은 "유권자가 바뀌지 않으면 정당도 바뀌지 않는다"며 "따라서 공천제가 폐지되더라도 정치 개혁이 이뤄진다는 보장은 없다"고 했다.

/한국지방신문협회 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