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은 처음에는 자신의 주장을 거침없이 펴다가도 남측의 설명이 합리적이고 민족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되면 즉시 이를 수용하는 태도를 보여 상당한 합의가 가능했다고 박준영 수석이 말했다.
박 수석은 "이는 김 위원장이 세계변화를 보는 시각과 민족과 역사에 대한 인식이 있었기 때문"이라면서 "김 위원장은 또 적극적이고 뭔가를 이루려는 자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회담에서 김 대통령의 발언 중간 중간에 "나도 섭섭한 게 있는데 말씀을 하겠다"면서 그동안 남측에 대해 불유쾌하게 생각했던 사항들을 기탄없이 솔직하게 말했다는 것.
김 위원장은 "우리는 일관되게 하는데 남측에서 모순되게 한다. 이래서 합의가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불만을 토로하고 국가보안법 폐지 등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또 남측 신문을 김 대통령과 함께 보는 자리에서 자신을 좋지 않게 다룬 기사를 보고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는 것.

반면 김 위원장은 김 대통령의 인생역정, 정치역정에 대해 여러번 존경심을 표시했다고 박 수석은 전했다. 김 위원장 "여러번 목숨까지 위태롭게 되는 탄압을 받고도 집권했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논평했다는 것.
김 대통령도 나름대로 북한에 대해 서운한 점을 김 위원장에게 밝혔다. 박 수석은 김 대통령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서운하다고 적시하지는 않았지만 잠수정 침투사건이나 서해교전에 대해 우회적으로 항의하지 않았겠느냐는 관측이 대두됐다.

박 수석은 "김 대통령은 서로간에 전쟁의 공포를 느끼고 있는데 여기에서 벗어나자고 말했다"고 전해 북한의 도발 등에 어떤 식으로든 문제제기가 있었음을 시사했다.
박 수석은 "이런 김 대통령의 문제제기, 김 위원장과의 논의 등을 통해 공동선언문에는 표현되지 않았지만 전쟁은 없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자연스럽게 형성됐다"고 말했다.

김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얘기를 모두 경청한 뒤 오해가 있는 점에 대해서는 성의있고 진실되게 설명하는 식으로 김 위원장과의 격의를 좁혀 나갔다고 박 수석은 소개했다.
김 대통령은 "서로에 이익이 되는 쪽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자. 남북이 모두 잘 살아야 한다. 민족문제는 우리가 해결해야 한다"며 "지금 하지 않으면 우리민족이 엄청난 고통을 겪게 된다"는 점을 강조.

김 대통령은 "한반도 주변국가들이 통일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나라도 있지만 남북이 전쟁이 아닌 화해와 협력을 해야 한다는 데는 다 동의한다"고 설명.
또 김 대통령은 우리 민족의 비전을 여러가지 제시했는 "장기적으로 통일이 돼야 하고 그 전에는 공동번영해야 한"며 "이를 위해서는 이산가족 상봉과 경협등 교류를 통해 신뢰를 높여야 한다"고 거듭 설득했다. 김 대통령은 "이것이 남과 북에 모두 도움이 되는 '윈-윈게임'이라고 지적했다.

두 지도자간의 이같은 솔직하고 진실된 논의가 두 사람간의 신뢰를 강화하고 남과 북의 그동안의 적대관계를 신뢰관계로 발전하게 해 그동안의 오해 중 상당부분을 해소할 수 있었다고 박 수석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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