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시가 지난 2007년부터 국내 최대 외국인 밀집거주지역인 원곡동에 186억원을 들여 조성중인 다문화마을 특구사업이 오히려 외국인을 내쫓고 있다. 주변 경관이 화려해지고 개발심리에 따라 땅값도 올라 방세와 가게임대료 등이 덩달아 상승했다. 지난해 다세대주택 월세가 평균 12만~20만원(33㎡)에서 올초 30만원 이상으로 50%나 치솟아 공과금과 관리비를 포함하면 집세로 월 50만원을 내야할 처지다. 생활비를 댈 수 없는 외국인들이 보금자리를 떠나야 하는 이유다. 주객전도 현상을 빚고 있어 실패한 정책이다.
다문화마을 특구사업은 다문화공동체를 보장, 외국인들의 체류를 합법화하고 지역경제 발전에도 일조하기 위한 정책에서 출발했다. 특구사업은 다문화인프라구축·의식함양사업·브랜드특화 등 세분야로 나눠진다. 또 외국인주민센터 운영활성화, 간판정비를 통한 아름다운거리 조성에 따른 상가이미지 고급화, 다문화원 건립 등 외국인복지공간 조성, 국제 다문화심포지엄 등 9개 세부사업으로 구성돼 있다. 이같은 개발계획이 집값을 부추겼고 건물주들은 일제히 방값을 올리면서 짐을 싸는 외국인들이 늘고 있다. 내국인 건물주들만 혜택을 보고 세들어 살던 외국인들은 타 지역으로 쫓겨나는, 처음 의도와 전혀 다른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보다 앞서 안산이주민센터 등 안산지역 20여 시민단체들은 특구 조성사업이 추진되면 지가상승으로 인한 경제논리로 다문화공동체가 파괴될 수 있다고 수차례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이 아니더라도 거리정비와 특구로의 고급화가 진행되면 생활수준을 따라가지 못하는 외국인들이 거리로 내몰리는 것은 당연하다. 이주생활의 애환이나 특구지정의 필요성 등 정작 주인공인 외국인들은 철저히 배제된 채 행정관청의 탁상공론으로 진행된데 따른 부작용으로 분석된다. 외국인의 의사가 전혀 반영되지 않은 채 시에서 주도한 사업이다보니 지역과 외국인들의 실정을 무시한 졸속사업으로 변질된 것이다.
이쯤되면 정책을 바꿔야 한다. 다문화마을조성은 관청 입장에선 특구사업이고, 실적이겠지만 외국인들에겐 생존이 걸린 문제다. 특구사업을 유보하더라도 계획입안단계에서부터 외국인 대표들을 참여시켜 실현 가능성, 효율성 있는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거주 외국인과 머리를 맞대고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
외국인 내쫓는 다문화마을 개선시급
입력 2009-04-0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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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03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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