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부지면적 281만평에 달하는 판교 신도시는 민주당, 건설교통부, 경기
도, 성남시, 나아가 서울시, 환경단체들까지 나서서 개발 여부와 함께 어떻
게 개발할지를 놓고 논쟁을 벌이는 등 큰 입장차를 보이고 있어 최종 확정
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여 장기 표류할 가능성도 높다.
판교 신도시는 민주당과 건교부, 경기도, 성남시가 개발에 적극적인 반면,
서울시와 환경단체는 개발에 부정적이거나 적극 반대하는 입장이다. 또 개
발방향을 둘러싸고 민주당과 건교부의 당정 대(對) 경기도와 성남시의 지자
체 사이에 각각 첨예하게 대립하는 양상이다.
먼저 민주당과 건교부, 경기도, 성남시는 판교를 계획도시로 개발한다는 원
칙에는 합의한 상태이다. 문제는 택지개발 위주로 개발하느냐, 미래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벤처사이언스 파크로 개발하느냐이다.
성남시는 작년 11월 판교에 택지개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택지개발 예정
지구 지정신청서를 경기도에 제출했다.
그러자 경기도는 이 지역은 친환경적인 첨단 벤처기능 위주로 개발하는 것
이 바람직하다고 보고 같은 달 13일 신청서를 반려했다. 경기도는 도시개발
법에 의해 개발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도록 통보했다.
경기도는 판교지역이 경기 남부와 서울을 연결하는 전략 거점으로 전국에
서 가장 우수한 지식기반 인프라가 축적되어 있는 만큼 미래산업 육성의 최
적지라는 입장이다.
특히 성남 분당과 용인 죽전, 수지, 구성지구의 난개발 등으로 인해 경부고
속도로와 주변도로가 완전 포화상태인데 여기에 판교까지 택지위주로 개발
될 경우 수도권 남부지역 전체 도로가 교통마비 상태에 빠질 우려가 있다
는 것이다.
따라서 경기도는 판교를 신기술 개발과 첨단지식산업 육성을 통해 국가경쟁
력을 강화할 수 있는 거점으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으며 60
만평이상을 계획하고 있다.
경기도는 판교를 첨단벤처도시로 개발할 경우 인구유발을 최대한 억제할
수 있다는 점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당정은 첨단 벤처단지 위주로 개발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재정 투자
가 요구될 뿐아니라 채산성이 전혀 없다는 점에서 난색을 표하고 있다.
당정은 판교지역을 택지위주로 개발해 이익금으로 주변 사회간접자본 시설
소요재원을 마련한다는 계획아래 100만평을 택지로 개발한다는 방침을 사실
상 확정해 놓았다. 당정은 2만가구의 아파트나 단독주택지를 분양, 인구6만
명의 계획도시로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인구밀도는 ㏊당 60명, 10층이내 규모로 해 저밀도로 개발한다는 것이다.
당정은 또 양재동서 판교를 거쳐 분당에 이르는 전철을 먼저 개통, 교통문
제를 해결한뒤 오는 2009년부터 입주시킨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교통 대란을 이유로 개발에 반대입장을 보였던 서울시를 누그
러 뜨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당정은 지난 6월말께 이같은 안을 확정해 놓은 상태이나 경기도와 성남시
의 지자체 반발을 의식, 벤처단지 규모는 당초 10만평에서 추후에 논의하기
로 했다.
그러나 정부내 실무자들은 인구 6만명 수용의 도시는 제대로 자족기능을 하
기 어렵기 때문에 적어도 인구밀도가 130명정도는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
기되고 있어 주목된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기관의 한 실무자는 “판교를 개발한다는 정부의 방침
이 확고하다면 자족기능을 갖춘 제대로 된 도시를 개발해야한다”며 “아파
트는 15층 이내로 하며 중형이상 평형이 절반이상 되어야 사업성이 있다”
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과 건교부가 사실상 확정한 현재의 안을 갖고는 사업성이 크
게 떨어진다”며 “사업 시행과정에서 상당한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밝혔
다.
그는 “소형위주의 저밀도형 신도시로 개발된다면 아파트 분양가가 평당 1
천만원선에 달해 사업성이 전혀 없다”며 “특히 아파트는 소형위주로 건설
하고 단독주택은 한국의 비버리 힐스로 개발할 경우 신도시내 주민들간에
심각한 생활수준 격차로 인해 부유층들이 입주를 기피할 가능성이 높다”
고 주장했다.
한편 환경단체들은 서울의 허파기능을 맡고 있는 판교지역을 주거단지로 개
발돼서는 안된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들 단체들은 판교가 신도시로 개발되면 생태환경이 무너지게 될 뿐아니
라 수도권의 교통대란은 불을 보듯 뻔하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