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철순 (인천본사 경제부장)
최근 부서내 막내 기자한테서 소기업소상공인들에 대한 아주 짤막한 정보를 들은 적이 있다. 내고장 상품 팔아주기 운동을 구상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바쁘다는 핑계로 자세하게 들여다보지 못하고 차일피일 미뤄 놓고 있었다. 그러다 우연히 인터넷을 검색하다 산지산소(産地産消)운동에 관한 기사를 읽게 됐다. 아 맞다. 내고장 상품 팔아주기 운동!

내 지역에서 생산된 제품을 내 지역에서 소비하자는 취지의 산지산소운동은 이미 부천, 시흥 등 경기도의 각 자치단체에서 시행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사실 내고장 상품 팔아주기 운동은 인천시가 오래 전부터 GM대우차 팔아주기 운동을 대대적으로 펼친 터여서 생소한 캠페인은 분명 아니다. 캠페인의 취지로 볼 때 지역을 사랑한다는 의미에서 더욱 불을 지펴야 할 시민운동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며칠 전에 만난 인천의 한 소상공인은 "실물경제의 지속적인 침체 늪에서 중소기업들이 벼랑끝에 몰려 있다"며 "중소기업을 살리기 위해서는 인천시민이 그들의 생산품을 우선적으로 사용해 주었으면 한다"고 몇 번이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발표된 인천 경제지표 조사결과를 소개하기도 했다. 인천에서 생산되는 공산품 가운데 지역에서의 소비율은 불과 15.5%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경제자유구역을 중심으로 개발바람이 불어 타 지역 사람들, 업체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인천. 그러나 그 속에서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고 한다.

대기업과 협력업체, 더구나 인천업체들까지 개발열풍의 혜택을 보고 있지만 정작 인천에서 생산되는 각종 제품들은 외면당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정부와 지자체가 자고 나면 경기부양책을 발표하지만 지역의 중소업체들에는 그림의 떡이라고 한다. 소비가 살아나지 않으면 당장의 굶주림을 견뎌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소상공인들이 중심이 돼 '산지산소운동'이라도 펼쳐봐야겠다고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내고장 상품 팔아주기 운동이 전혀 없었던 것은 사실 아니다. 인천 동막역 부근의 중소기업전시장에서 우수 제품 전시회가 간혹 열리긴 했다. 그러나 행사예산이 워낙 작아 홍보도 제대로 안 되는 등 전시행정에 그쳤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한 사람들이 찾지 않는 곳에 있어 전시 참여 업체마저 갈수록 줄어 유명무실해졌다.

이는 지난 3월 신세계백화점 인천점의 '우수 중기 박람회'가 큰 호응을 받은 것과 대조적이다. 경기불황 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경제에 도움을 준다는 취지로 신세계백화점이 매장 내에 마련한 '우수 중기 박람회'에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인천 상품으론 순무김치, 쑥제품, 홍삼, 화장품, 해노랑, 청소용품 등 6개 상품이 출품됐었다. 이틀 동안 5천여명의 시민이 다녀갔고, 2천300만원어치가 판매됐다. 그렇다. 방법이 잘못된 것이었다.

내고장 상품을 팔아주자는 시민운동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일회성, 전시성으로 추진돼서는 안 될 것이다. 좀 더 효과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미 타 지역 자치단체는 대규모 이벤트, 대형 쇼핑센터 등과 연계해 지역상품전을 개최하고 있다. 업체가 좋은 제품을 홍보하고 판로를 개척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소비자들에겐 좀 더 저렴하게 좋은 물건을 구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산지산소운동이 인천에서 들불처럼 번지게 하려면 인천시는 물론이고 산하기관, 유관기관 및 단체 등 지역사회 구성원들이 모두 같은 의지를 갖고 움직여야 한다. 지역상품을 사랑하는 마음이 생기도록 모두가 노력하지 않으면 공염불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산지산소운동을 지역사랑 운동으로 확대시킬 수도 있다.

내고장 상품을 온·오프라인 쇼핑몰에서 한 눈에 보고 구매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 소기업소상공인들이 구상하는 산지산소운동이 담론으로만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