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김포시에선 톱밥을 사용하는 축사농가에 톱밥 값의 절반을 지원
해 주고 있는데 강화군은 되레 벌금을 물리고 있으니 말이 됩니까?”
 강화군 선원면 연리에서 170여 마리의 소를 기르던 전태호(59·전 인천시
의원)씨는 얼마 전 군청으로부터 200여만원의 과태료 통지서를 받고 말을
잃었다고 한다. 군청이 정화조 시설의 준공검사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벌
금을 부과했기 때문이다.
 축사에 톱밥을 깔면 냄새가 나지 않는데다 인근 농가에서 퇴비로 사용하
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축산농가에선 정화시설을 갖추지 않고 있다는 게
전씨의 설명. 그는 200만원의 과태료가 부담스러운데다 울화가 치밀어 젖
소 120 마리를 팔아 버렸다.
 최근 강화군에선 전씨를 비롯한 20여 축산농가가 같은 이유로 100~200만
원의 과태료 부과 처분을 받고 축사를 폐쇄하거나 소를 팔아 벌금을 냈다.
 강화군과 경기도 평택시에서 인삼을 재배하는 남궁양(56·하점면 장정리)
씨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지난 겨울 내린 폭설로 1만여간(1간 1.3m)이 넘는 인삼 농사를 망친 그
는 정부가 피해 농가에 보조금을 지원해 준다는 얘기를 듣고 서류를 갖춰
두 기관에 제출했다. 그런데 평택시 담당 직원은 직접 인삼밭을 둘러보고
돌아간 반면 강화군 직원은 현장엔 나가지도 않고 비닐하우스를 규격 규정
에 따라 준공했는지, 계약처리를 제대로 했는지를 꼬치꼬치 캐물었다고 한
다.
 남궁씨는 “평택시는 피해조사가 끝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농가구당
400~500만원의 지원금을 지급했지만 강화군은 최근에서야 1인당 40만원씩
주었다”며 씁쓰레했다.
 '도·농 복합행정'을 펼치는 경기도와 '도시행정'만을 중시하는 인천시
농정행정의 실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그런가 하면 최근 들어 강화도 주민들은 농사 규모도 줄고 인삼값도 폭락
하면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고향을 떠나고 있다.
 실제로 인천시 전체인구는 매년 증가하고 있는 반면 강화군의 인구는 계
속 줄고 있다. 20년 전에 비하면 인구가 절반 가량으로 감소해 현재는 6만7
천여명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문을 닫는 학교도 잇따르고 있다.
 강화군에서 일자리를 찾지 못한 주민들 가운데 상당수는 김포시내 공장
에 다닌다. 군내에 하점공단이 있지만 각종 규제로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일자리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오전 6시부터 강화읍내엔 김포로 출근
하는 주민들을 태우기 위해 승합차와 버스가 줄을 잇고 있다.
 주민들은 현실을 감안하지 않은 당국의 전시행정이 삶의 질을 떨어뜨리
고 있다고 비난한다. 현실을 외면한 채 각종 규제로 생활을 묶어놓는 바람
에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문화재관리법이 강화되면서 불만의 목소리는 더 높아지고 있다. 곳
곳에 문화재들이 널려 있는데다 군사보호구역으로 묶여 있어 집이라도 한
번 고치려면 문화재청, 군청, 군부대 등 3곳 이상의 기관에서 승인을 받아
야 하는 형편.
 강화 주민들은 지난 95년 인천시로 편입된 이후 도시계획과 연안관리법
등 각종 규제가 늘어 고통을 겪는다며 시급한 대책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
특별취재팀